쿠팡과 네이버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네이버가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구독을 추가한 데 이어, 이커머스 1위 사업자인 쿠팡은 내년부터 자체 OTT 쿠팡플레이 콘텐츠에 미국 OTT 파라마운트플러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10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글로벌 콘텐츠 디스트리뷰션은 쿠팡플레이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양사 간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파라마운트 글로벌 콘텐츠 디스트리뷰션은 파라마운트의 콘텐츠 라이센싱 업체다. 앞서 2년여간 CJ ENM(035760) OTT 티빙을 통해 국내에 콘텐츠를 제공해 오다 지난 5월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업계에선 쿠팡플레이와 파라마운트의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최근 넷플릭스와 손잡은 네이버를 의식한 계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OTT 강화하는 이커머스 양강... 멤버십 경쟁 2라운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는 1, 2위를 점한다. 시장에선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양강 체계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쿠팡이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 쿠팡 매출은 약 1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동기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커머스 매출은 7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거래액은 12조5000억원으로 4.3% 증가했다. 직매입 상품 판매가 대부분인 쿠팡은 거래액과 매출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네이버는 쇼핑 중개를 주로 해 거래액과 매출의 차이가 크다.
매출 규모나 성장률을 보면 쿠팡이 압도적이지만, 네이버는 최근 쇼핑 사업을 강화해 쿠팡과의 전면 승부를 예고한 상태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라는 별도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커머스 부문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쿠팡과 비교해 약점으로 꼽혔던 배송도 대한통운과 협력해 현 ‘도착보장’을 ‘네이버 배송’으로 개편, ‘지금 배송’ ‘희망일 배송’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 비교 검색을 기반으로 한 기존 네이버 쇼핑은 ‘목적형 쇼핑’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발견형 쇼핑’을 지향한다.
◇’티메프’ 사태로 양강 체제 굳혔지만... 온라인 쇼핑 성장세는 둔화
네이버는 지난달 26일부터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의 광고형 스탠다드 멤버십 월 구독료가 5500원인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독자들은 이보다 더 싼 월 4900원(연간 구독하면 월 3900원)의 구독료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 네이버는 기존엔 OTT 서비스로 티빙만을 제공해 왔다.
업계에선 네이버의 멤버십 확대 전략이 국내 최대 가입자를 확보한 쿠팡을 겨냥해 고객을 록인(묶어두기)해 커머스 부문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 멤버십은 약 1000만 명,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약 1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쿠팡은 ‘미션 임파서블’ ‘탑건’ ‘대부’ 등 유명 영화와 콘텐츠를 가진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OTT 분야를 강화했다.
문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 월별 거래액 성장률은 1월 11.8%에서 5월 7.6%, 9월 2%로 쪼그라들었다. 품목별로는 9월 기준 음식료·농축수산물(8.4%), 생활용품(7.9%) 성장이 두드러졌다.
패션(-4.4%) 판매는 감소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와 티메프 사태로 인한 오픈마켓에 대한 소비심리 악화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침투율은 33% 수준으로 추가 성장 여력 높지 않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핵심 카테고리 상품 강화, 플랫폼 특징과 혜택을 차별화하며 고객을 유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