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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대출 이자에 속터지는 수분양자 외면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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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01 18:00:11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연 6%대 고금리의 중도금대출에 수분양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주택담보대출로 이어지는 잔금대출 금리는 연 4% 초반인데, 계약시점부터 잔금대출 전까지 치뤄지는 중도금대출의 금리는 2%포인트 이상 높은 6%대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담대와 같은 잔금대출 금리가 금융당국의 권고 등으로 낮아진 만큼 중도금대출 금리로 이자마진을 남기겠다는 전략인데, 수분양자들은 '조삼모사'식의 꼼수 아니냐며 국회 청원까지 들어간 상태다.

1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분양계약을 마감한 서울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와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의 중도금대출 금리는 연 6.1~6.5% 안팎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도금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지 않아 고정금리가 아닌 6개월 변동금리로 적용된다. 최근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하는 만큼 중도금대출 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담대인 잔금대출 금리만 낮아질 뿐이었다. 중도금대출 금리는 여전히 5~6%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입주한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는 잔금대출 금리에 대해 시중은행 기준 최저 연 4.4%로 제시받았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그라시엘도 잔금대출 금리에 대해 최저 4.1% 안팎으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은 노마진으로 잔금대출을 진행하라는 지시에 최저 3% 후반대까지 제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도금대출 금리는 6% 안팎에서 유지되는 반면, 잔금대출 금리는 4% 안팎으로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이유는 은행들의 이자마진 전략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주춤한 데다 금융당국의 권고 등으로 주담대 금리를 낮춰온 은행들이다. 그 낮아진 만큼의 이자마진을 중도금대출 이자로 메꾸자는 '꼼수' 전략인 것이다. 한 시중은행은 낮은 이자로 받아야 하는 잔금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려왔다. 대신 중도금대출을 늘리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잔금대출은 어차피 주담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 금리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며 "중도금대출은 이자만 부담하는 데다 분양 리스크 등을 이유로 금리 산정시 가산금리를 낮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중도금대출 금리에 대해 미분양 리스크 등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 등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지는 만큼 이같은 이유도 궁색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권고로 불가피하게 낮춘 주담대 금리를 중도금대출 금리로 이자마진을 남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분양자들도 이같은 은행들의 꼼수에 분노한 나머지 국회 청원까지 몰려간 상황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려진 '중도금대출 가산금리 인하 및 시스템 개편 요구' 안건은 지난달 27일 기준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법상 3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에 올라간다.

입지 좋은 브랜드 대규모 분양단지는 중도금대출 입찰시 금리 수준을 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분양 리스크가 컸지만 최근에는 서울과 지방광역시 입지 좋은 단지들에 대한 청약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중도금대출에 주력하는 만큼 조합과 시행사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반면 비(非)브랜드 소규모 분양단지들은 여전히 대출 금융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양시장이 양극화인 만큼 대출시장에서도 소규모 단지에 대한 리스크 부담이 상당해 금융회사들도 꺼리는 것이다. 인천 옥련대진빌라 주택재개발 사업장은 218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인데, 지난 2월 금융회사 입찰시 미응찰로 유찰되기도 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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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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