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숏폼 숙지를, 그리고 활용하라

입력:2024-07-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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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미디어 시대 건너는 법] ③ 내 손안의 불청객

게티이미지뱅크

‘숏폼 없인 못살아.’ 1분 이내 짧은 영상 콘텐츠인 숏폼의 기세가 무섭다. 틱톡이 대표적이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각각 릴스, 쇼츠 등 자체 숏폼 콘텐츠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정보와 재미를 빠르게 제공하는 동시에 과의존과 중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교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디어의 양면성을 숙지하고 중독 예방과 더불어 지혜로운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독성 짙은 콘텐츠, 남 얘기 아냐

이서연(14)양은 방학에 접어들면서 숏폼 시청 시간이 하루 4시간으로 부쩍 늘었다. “하루 최대 7시간까지 봤다”는 이양은 “장시간 이용하면 시간과 체력을 허비한 것 같아 후회된다”면서도 “릴스에 재밌는 정보가 많아 멈추기 어렵고 영상이 짧아 시간 가는 걸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동급생인 송다윤(14)양은 “주변 친구들 SNS를 보면 ‘숏폼 10시간 시청’ ‘인스타 14시간 했다’ 같은 숏폼 시청을 후회하거나 인증하는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본다”고 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숏폼 이용자 4명 중 1명꼴(23%)로 “숏폼 시청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의 경우 3명 중 1명꼴(37%)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중독 문제가 청소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천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김지수(가명·55)씨는 최근 학부모를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시작했다. 김씨는 “부모 역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100여 명의 부모 가운데 숏폼 중독에 유의하고 있다는 응답은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숏폼의 두 얼굴 이해해야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16일 “숏폼 이용자 수의 증가는 소통의 간편화와 미디어 산업 발전 방향과 관계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젊은 세대는 시간과 형식 면에서 간편한 소통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형식이 미디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유리하기 때문에 들어오는 숏폼의 양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숏폼이지만 이용자들이 접하는 정보는 양면성을 띤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말 조사한 ‘숏폼 콘텐츠 이용 현황과 인식 그리고 필요성’에 따르면 “숏폼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접촉한 경험이 있다”에 64%가 동의했다. 동시에 “성적이거나 잔인한 유해 숏폼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독교가 숏폼과 같은 미디어 문화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 교수는 “기독교가 시대의 문화 흐름을 파악해 세속 사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독교인은 세상에 살면서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라며 “숏폼이 MZ세대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소통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알아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긴 호흡’ 소통의 장 마련하자

전문가들은 숏폼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부정적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성현 필름포럼 대표는 “기독교인이 기독교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교계가 숏폼과 같은 콘텐츠 제작을 응원·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숏폼 문화에 길들여지면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교회는 전 세대의 생각을 나누고 긴 호흡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집행위원인 김상덕 한신대 연구교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 교계의 지혜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기독교가 제작자가 됐을 때 그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숏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 마련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미디어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해로운 영상을 차단하는 ‘유튜브 키즈’처럼 숏폼 과다 사용을 막을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서 김수연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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