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하루 5200억 반대매매 쏟아졌다… ‘빚투 개미’ 어쩌나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2 18:02

수정 2023.10.22 18:02

미수금 대비 69% 사상 최대
이틀 동안 8000억 강제처분
고금리·전쟁 등에 변동성 커져
영풍제지 주가조작도 악재로
하루 5200억 반대매매 쏟아졌다… ‘빚투 개미’ 어쩌나
고금리와 중동전쟁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반대매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수가 급락하자 제때 대금을 갚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5257억원(19일 기준)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4월 이래 가장 큰 수치다. 미수금은 1조14억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69%에 달했는데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미수거래는 개인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소위 '외상값'이다. 투자자는 3거래일 안에 미수금을 갚아야 하는데 이를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청산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올해 들어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증가했지만 하루 평균 500억원대 수준이었다. 하반기 추이를 보면 △7월 569억원 △8월 514억원 △9월 51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달 18일 2767억원으로 급등했고, 19일에는 신기록을 새우며 단 이틀 동안 쏟아진 반대매매는 모두 8024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4·4분기에 진행된 전체 반대매매 규모(8365억원)유 맞먹는 수준이다.

금투협 통계에는 미수거래 반대매매만 반영하고,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영되지 않은 사례를 합치면 반대매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매한 뒤 담보비율(약 140%)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이달 들어 예상보다 지수가 급락하자 상환능력을 넘어서 미수거래를 진행한 개인들에 대한 반대매매가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상승장일 때에는 담보가치가 유지되거나 올라가기 때문에 반대매매 자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달 들어 코스닥지수가 9% 넘게 빠지면서 개별 종목도 급락하는 하락장이 지속됐고, 반대매매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을 중심으로 수급이 이어졌던 종목들의 가격이 빠지다 보면 가격 조정 자체가 손절매성 매도나 반대매매를 부르고, 그 반대매매 때문에 가격이 또 빠지면서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증시가 불안정한 점도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고금리에 연일 약세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현지시간) 5%선 위로 올라섰는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는 7개월 만에 2400선을 내주며 2375.0까지 밀려났다.

강 연구원은 "고금리 공포, 유가 상승 기조가 지속되는 대외 환경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대매매 등 개인 수급과 관련된 지표도 부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매매 공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주가조작 의혹으로 거래 정지된 영풍제지에 대해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증권가에선 거래정지가 풀리면 영풍제지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 미수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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