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성공의 그늘’… 4년 후부터 기업가치 하락

입력:2024-10-2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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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투자 축소로 기반 약화 가능성
표적된 한국기업 7년새 74개 늘어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저평가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발간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고 시가총액과 자산이 1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분석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란 주주 제안이나 위임장 대결 등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요구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 전개하는 모든 전략을 포괄한다.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공한 549개사를 분석했더니 장기적으로 캠페인 성공 이전보다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실패한 기업 가치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성공 시 3년 이내에는 해당 기업가치는 83.9%에서 85.3%로 상승했다. 하지만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2.4% 포인트 떨어진 82.9%를 기록하며 저평가가 심화했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 포인트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고용과 투자 축소로 이어져 기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시 장기적으로 고용은 5.6%, 자본적 지출은 8.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은 단기간 평균 14.9%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줄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타깃으로 한 한국 기업 수는 지난 2017년 3개에서 지난해 77개로 급증했다. 한경협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행동주의 캠페인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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