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원료 못 구한다”…친환경 항공유 위한 폐식용유 쟁탈전

입력:2025-03-12 06:05
수정:2025-03-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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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 1% 혼합 규제 맞추려면 폐유 70만t 필요
연간 국내 수집 폐유는 30만t 불과

뉴시스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시장이 급성장하며 원료로 사용되는 폐식용유 공급망 확보가 정유업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장 확대에 따라 폐식용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물량은 한정적인 탓이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AF 공급을 본격화했다. SK에너지는 전날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과 2027년까지 2만t 이상의 SAF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일본에 SAF를 수출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제조한 ‘CORSIA SAF’를 일본 나리타공항에 공급했다.

최근 글로벌 항공유 시장은 SAF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폐식용유, 농업 폐기물 등 재생 가능한 생물학적 물질로 만들어지는 SAF는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항공 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조치로 꼽힌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 혼합 비율을 2%로 의무화했다. 2050년에는 6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오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한국은 원료 수급 불안정 속에 SAF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연간 국내에서 쓰이는 항공유 약 700만t 중 1%를 SAF로 대체한다고 하면 7만t을 생산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SAF 전용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해 SAF 생산 시 기존 정유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공정의 수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7만t의 SAF 생산을 위해 폐식용유 70만t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간 수집할 수 있는 폐식용유를 약 30만t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경유차에 들어가는 바이오디젤 생산 수요와 경쟁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용 경유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는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생산하는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해야 한다. 정부는 의무 혼합 비율을 현행 4%에서 오는 2030년 8%로 높일 예정이다. 결국 해외에서 원료를 수급해야 하지만 중국 폐식용유 시장 등은 이미 유럽 기업들이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구축하더라도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시장 전반에 걸친 인프라와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SAF 후발주자인 만큼 신속하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항공유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탓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는 화석연료보다 가격이 2~5배 비싸다”며 “수급 안정화를 위한 보조금 정책, SAF 전용 생산시설에 대한 세액공제, 원료 공급망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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