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동의 없는 인사이동, 어디까지 가능할까
지난 달 NBA(미국프로농구) 팬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했다. 24-25 시즌이 한참인 와중에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MVP급 슈퍼스타이자 댈러스 매버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루카 돈치치와 LA 레이커스의 간판 스타인 앤서니 데이비스 간의 초대형 트레이드가 발표된 것이다. 트레이드 당사자들조차 발표 전까지 알지 못했던 이 트레이드는 NBA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도 All-NBA급 슈퍼스타이자 각 팀의 간판 선수를 트레이드한 사례로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고, 리그에서 활동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구단이 원한다면 그 누구라도 어디로든 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NBA 선수들과는 처지가 사뭇 다르지만, 근로자의 경우에도 트레이드 하듯 회사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인사이동 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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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의 형태 중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주로 여러 계열회사를 가진 그룹 내에서 필요에 따라 소속된 계열회사간 인사교류의 형태로 많이 활용된다. 근로계약에 있어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하므로(민법 제657조 제1항), 근로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양도하는 전적을 위해서는 근로자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하고 회사가 임의로 다른 회사로 전적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영상 일체성을 가진 기업그룹 내부에서 계열기업 간의 인사교류가 동일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보나 전근 등과 다름없이 일상적·관행적으로 빈번하게 행하여져 온 경우, 기업그룹 내부의 전적에 관하여 미리 근로자의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두면 전적 시마다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받는 경우에도 전적할 기업을 특정하고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동의를 얻어야만 유효한 사전 동의로 인정될 수 있고, 이러한 근로조건 등에 대한 특정 없이 단순히 근로계약서상 ‘인사교류(전적)에 대한 회사의 명령에 동의하며 성실히 따르겠다’라는 내용의 부동문자가 기재되어 있는 정도로는 전적에 대한 유효한 포괄적인 사전동의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6두65138 판결 등).

실무적으로 계열사나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전적은 전적 전후 근로조건 또는 소속 기업의 고용안정성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기한 것과 같은 전적에 대한 개별 동의 또는 유효한 포괄적 사전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라면 전적의 유효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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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소속 자체를 변경하는 전적 이외에 근로자의 원래 근로관계는 유지하면서 일정기간 다른 기업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해당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이른바 전출(또는 사외파견) 역시 기업그룹 내부에서 계열회사간 인력교류, 경력개발 또는 업무지원 등의 목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전출은 근로계약의 당사자 지위에는 변동이 없으나,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사용자의 업무지시권이나 노무수령권을 양도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657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유효한 전출이라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전적이나 전출과 같은 기업간 인사이동과 달리, 전직 내지 전보로 불리는 기업 내 인사이동의 경우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따라서 사용자는 직원의 동의가 없이도 어느 정도 인사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전직 등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처분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처분의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교량 및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의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다46969 판결 등 참조). 다만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근로자 개인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직 등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므로, 전직 등 처분의 업무상 필요가 있고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생활상 불이익이 너무 과도하지 않다면 전직 등을 하기 위해 반드시 근로자 개인과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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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라면 이를 벗어난 전직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요구되므로(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전직처분 이전에 대상자의 근로계약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조합원의 전직 내지 전보에 대하여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또는 협의 조항이 있는 경우 이러한 합의나 협의 없이 이뤄진 전직 등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전직 내지 전보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상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자 등이나 육아휴직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 경우 그러한 처분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점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등).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