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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년도 안됐는데… '핼러윈 상술'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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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비니·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등
외국계 유통업체 중심 마케팅 펼쳐

국내 업체 가운데선 아트박스가 진행
다이소, 관련 상품 수 40% 축소해

대형마트 별도 마케팅·이벤트 없어
편의점 4사, 관련 상품도 아예 안팔아

"이태원 참사가 있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서울시내 한 팬시용품 매장 입구 우측 한켠에 핼러윈 관련 상품으로 채운 진열대가 마련돼 있다. 사진=조성필 기자 gatozz@

서울시내 한 팬시용품 매장 입구 우측 한켠에 핼러윈 관련 상품으로 채운 진열대가 마련돼 있다. 사진=조성필 기자 gato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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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사무·팬시용품 전문점 앞에는 ‘할로윈 핵인싸 에디션’이란 이름의 진열대가 마련됐다. 호박 바구니와 션캐쳐, 해골과 마녀 캐릭터를 활용한 핼러윈 아이템이 가득했다. 폭이 약 3m가량 돼 보이는 이 진열대 한쪽엔 ‘깜놀주의 품절주의’라는 문구도 장식돼 있었다. 매장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이태원) 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일부 유통업체에 핼러윈이 돌아왔다. 핼러윈은 아이들이 악마나 괴물 분장을 하고 이웃을 돌면서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 가는 미국의 추수기 축제다. 국내에서는 미국 문화에 대한 경험의 폭이 늘고 기업들이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길거리로 나간 시민 159명이 목숨을 잃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인식이 조심스럽게 바뀌었다. 그런데 일부 유통업체는 참사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돈벌이 아이템’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핼러윈 마케팅은 외국계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위니비니,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들 업체 가운데에는 아예 매장 하나를 핼러윈 콘셉트를 바꾼 곳도 있었다. 국내 유통업체 중에도 핼러윈을 전면으로 내건 곳이 드물게 있었다. 아트박스의 경우 매장 입구부터 핼러윈 대표 아이템인 호박을 장식하고, 내부 매대 상당 부분을 관련 상품으로 채웠다.


이들 업체가 이 같은 영업·마케팅을 하는 건 핼러윈이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성수기의 물꼬를 트는 중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입학이나 어린이날 같은 대목이 확실한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핼러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건수’가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마케팅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국내 핼러윈 문화 중심에 서 있는 MZ세대는 유·아동기 때부터 유통업체의 핼러윈 마케팅에 노출돼 성장해왔다. 성인이 된 현시점에서 핼러윈 행사에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도 이같이 자라온 수많은 MZ세대가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거리로 모였다가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어졌다. 실제 이태원 참사 당시 발생한 사망자 대부분은 20·30대에 몰려있었다.


핼러윈을 콘셉트로 매장을 꾸며 놓은 서울시내 한 매장의 모습. 사진=조성필 기자 gatozz@

핼러윈을 콘셉트로 매장을 꾸며 놓은 서울시내 한 매장의 모습. 사진=조성필 기자 gato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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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모든 유통업체는 핼러윈 마케팅·이벤트를 중단하고 애도에 동참했다. 올해도 대부분 유통업체는 관련 상품 판매를 축소하고 마케팅과 이벤트를 지양할 방침이다. 매년 핼러윈을 크리스마스 이전 하반기 최대 대목으로 여겨 대대적인 기획전을 열어온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올해 모든 관련 마케팅을 없애고 판매 상품 수도 40% 축소하기로 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올해 핼러윈 상품은 가정이나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 있는 LED 장식 전구, 가랜드, 풍선 등으로 국한할 예정"이라며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사탕 바구니, 완구 상품 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이소의 경우 그럼에도 취급 상품 수가 여전히 200개가 넘어 일각에선 '보여주기식'이란 지적도 공존한다.


롯데마트, 이마트 등 이른바 대형마트들은 별도 핼러윈 마케팅·이벤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 상품은 판매하지만, 취급하는 상품 수는 예년보다 현격히 적은 소량이 될 것이란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을 바라보는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사 중 홈플러스는 아직 핼러윈 마케팅이나 판매에 대한 방침이 세워지지 않았지만, 예년 대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핼러윈 마케팅은 물론 관련 상품도 올해는 아예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 편의점 업체는 핼러윈을 건너뛰고, 다음 달 11일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백화점이나 e커머스 업체도 대부분 올해 핼러윈 행사나 마케팅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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