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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도 어르신도 '마감런'에 푹 빠졌다

박창영 기자
입력 : 
2023-12-10 16:33:19
수정 : 
2023-12-10 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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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대 반값 할인에
백화점 3社 델리 매출 급증
퇴근 후 방문 직장인 늘어
편의점 라스트오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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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급등에 백화점 마감 세일이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의 고품질 식품을 선호하지만, 지갑은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녁 시간대 할인 판매에 몰리는 것이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 식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또한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유통 기한이 임박한 상품이 많이 팔린다.

10일 신세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오후 6시 이후 델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보통 오후 6시 이후 백화점 식품관을 방문하는 고객은 마감 할인을 겨냥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신세계 본점은 여타 지점보다 마감 할인을 기대하고 찾는 고객이 많다. 퇴근길에 초밥과 샐러드 등 델리 상품을 할인가에 구매해 집에 가는 방문객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이다.

본점 외 전체 지점에서도 식품관 마감 세일 매출이 증가세다. 같은 기간 신세계 전 지점의 오후 6시 이후 델리 부문 판매량은 8% 늘었고, 반찬을 취급하는 한식연구소의 마감 매출은 17% 증가했다. 신세계 마감 할인은 입점 브랜드별 판촉 전략에 따라 이뤄진다. 익일로 넘겨서 판매하기 어려운 식품에 대해 통상 20~50%의 할인율을 책정한다.

주로 밑반찬이 마감 할인 시간에 인기 있는 품목이다. 마감 세일을 적용하면 연근조림이나 두부조림, 오이부추무침 등은 4팩에 1만2000원 상당이다. 초기 가격은 1팩당 6000~8000원대다.

마감 할인이 각광받는 모습은 경쟁 백화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올해 1~11월 오후 6시 이후 델리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15% 많아졌다. 같은 기간 반찬은 10%, 청과는 5%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 마감 할인이 인기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8월부터 선할인권을 판매 중이다. 쿠폰을 미리 구매하면 어느 시간에 사도 마감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반찬 선할인권은 올해 1~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5% 늘었다.

선할인권을 구매하면 현대식품관에 입점한 브랜드의 반찬 3팩을 상시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할인율은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40%다.

객단가가 백화점에 비해 낮은 편의점에서도 마감 할인을 찾는 고객이 증가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2020년 2월 업계 최초로 유통 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관련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323만개이며, 이에 따른 폐기 절감액은 판매가 기준 92억원이다.

올해 1~11월 라스트오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도시락류, 김밥·샌드위치류, 유음료 등이 매출 상위 품목에 올랐다. 고객은 라스트오더 앱으로 마감 할인 상품을 미리 주문한 뒤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방식으로 약 30%의 할인율을 누릴 수 있다. 이 편의점은 지난 6월부터 라스트오더를 배달 서비스로 확장했다.

카페에서도 마감 할인이 확대되고 있다. 스타벅스 '이브닝 푸드 아워'가 대표적이다. 저녁 7시 이후 제조 음료와 함께 샌드위치, 샐러드, 냉장 브레드 중 하나를 구매하면 푸드에 50%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기간 한정 이벤트로 진행했으나, 고객 반응이 뜨거워 8월부터 상시 운영 중이다.

고물가 시대에 고객과 유통 업체가 서로 생존책을 도모하는 가운데 마감 할인이 인기를 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객 입장에서는 할인가로 구매하며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업체는 폐기 비용을 쓰는 대신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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