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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가두리된 한국 … 챗봇·검색시장 다 빼앗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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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언어모델 정확도 높여
韓스타트업 서비스 속속 출시
구글 '바드' 韓에 우선 적용
토종 포털·메신저 위상 흔들
영어와 구조 판이한 한국어
빅테크, AI 고도화에 전략 활용
◆ 위협받는 AI주권 ◆
사진설명
"최근 벌어지고 있는 빅테크 간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의 본질은 생태계 '선점'이다. 이미 존재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AI 생태계를 우선 장악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시장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당연한 우월 전략이다. 구글이 한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구글이 AI 챗봇 '바드'가 지원하는 3개 언어에 사용 인구 기준 전 세계 23위에 불과한 한국어를 우선적으로 넣은 배경에는 검색시장에서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한국을 향한 전략적인 선택과 기술에 대한 자신감, AI 생태계 선점을 위한 속도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국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후발주자로 자체 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인 네이버, 카카오는 한국어·일본어 같은 '비영어권 언어 처리 능력'에서 오픈AI·구글 대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여겼지만 오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성형 AI 산업의 특징은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미 출시된 서비스가 계속해서 진일보된 기술력을 선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선점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벌써 국내 스타트업은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챗GPT 가두리' 종속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바드'를 내놓으면서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10~11일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AI 챗봇 '바드'를 전 세계 180여 개국에 전면 출시하면서 한국어·일본어 지원을 발표했다. 바드가 영어 외 언어를 지원한 것은 한국어·일본어가 처음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적 측면에서 최첨단인 한국·일본시장에 (진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오픈AI가 영어와 언어구조가 완전히 다른 한국어를 활용해 AI를 훈련하는 것 자체로 더 정교한 AI를 만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목할 점은 신형 언어 모델이 나오기까지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지고 있고, 언어 등 학습 능력은 대폭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AI시장에서 속도가 중요한 이유다. 오픈AI는 구글 팜(PaLM)2에 대항해 GPT-5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T-3.5와 팜1 등 오픈AI와 구글이 만든 언어 모델 초기 단계는 영어 데이터 학습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AI 생태계의 전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기조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픈AI와 구글의 최신형 LLM은 한국어·일본어 능력이 대폭 개선됐다. 최신 LLM을 탑재한 챗GPT와 바드는 한국어 질문에 한국어 학습 데이터를 프로세싱해 답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우 KAIST 겸임 교수는 "결국 수많은 정보를 정제해 유의미한 학습용 데이터로 만드는 것은 고도의 AI 기술을 필요로 하며 데이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에 비해 양적으로 (한국어 데이터를) 얼마나 더 많이 학습시켰느냐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고, 데이터의 질을 높이는 노하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빅테크의 기세에 한국 기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분주하게 대응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자체 LLM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테크 기업은 한국어 특화가 아니라 쇼핑, 검색, 뉴스 등에 붙일 수 있는 '뾰족한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거의 모든 PC 서비스를 모바일이 포용한 것처럼 대부분의 모바일 서비스 위에 AI를 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어·일본어와 같은 영어 외 언어를 위한 AI 튜닝 때문에 구글과 오픈AI 모두 수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AI 인재를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AI 인재가 구글과 오픈AI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라면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있지만 세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AI 인재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 엄청난 메리트로 국내 기업이 빅테크를 쫓아가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I 경쟁은 단순히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도 치열하다.

특히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중국 학술기관의 경우 AI 연구 실적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연구기관은 논문 발표 실적에서 1~9위를 차지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AI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출판한 곳은 중국과학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 5099편에 달했다. 중국과학원은 2010년 이후 줄곧 1위다. 2~9위 역시 중국이었다. 칭화대(3373편), 중국과학원대(2904편), 상하이교통대(2703편), 저장대(2590편) 하얼빈공업대(2106편), 베이징항공항천대(1970편), 중국전자과학기술대(1951편), 베이징대(1893편) 순이었다. 10위권 중 유일한 비중국 기관은 미국 MIT(1745편)였다. AI에 대한 민간 투자 규모는 미국이 474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134억달러), 영국(44억달러), 이스라엘·인도(각각 32억달러), 한국(31억달러) 순이었다.

[황순민 기자 / 고민서 기자 /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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