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넷플릭스의 애니 실사화, 흑역사는 계속될까?

공유
1

[글로벌OTT] 넷플릭스의 애니 실사화, 흑역사는 계속될까?

'카우보이 비밥' 실패 이후 '건담'·'원피스'·'유유백서' 실사 대기 중
원작 팬들 "기대보다 우려"…재창조 고민 없는 '원작 따라잡기' 폐해

'원피스' 실사판 티저 이미지.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원피스' 실사판 티저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2021년 11월 본 연재 공간에서는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실사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글로벌OTT] 넷플릭스, 연이은 日 애니 실사화…돌아오는 건 '악평'. 2021. 11. 26자).

당시에는 넷플릭스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샀던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이 막 공개된 시기였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적중한 결과를 보여준 상태였다.
이전까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애니메이션 실사 작품은 '블리치'가 전부였다. 이 작품 역시 워너브라더스재팬에서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글로벌 판권을 획득해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서비스 중인 영화다.

'카우보이 비밥' 실시판의 공개 이후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넷플릭스는 그 사이 더 많은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팬들에게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실사화는 '공포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넷플릭스의 공포는 한동안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는 '카우보이 비밥'의 실패 이후 몇 개의 애니메이션 실사 작품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했다.

이미 실사화를 확정 지은 '건담' 외에 '원피스'와 '유유백서'는 올해 안에 공개를 확정지었다. 또 '포켓몬스터'와 '아바타: 아앙의 전설', 이미 몇 차례 실사화가 이뤄진 '데스노트'의 새로운 실사판 제작도 결정했다. 이 밖에 지난해 12월에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두 번째 시즌이 공개돼 '더 글로리'와 비영어권 순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이전 시즌에 이어 꽤나 호평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이끌어낸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또 다른 데스게임물인 만큼 일본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애니메이션팬들의 우려는 큰 상황이다.

팬들의 우려는 '원피스' 실사판에 대한 추가 정보가 공개된 후 더 커졌다. 원작의 캐릭터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배우들을 데리고 원작과 똑같은 의상을 입힌 뒤 분장을 했다. 그러면서도 인기 캐릭터인 '토니토니 초파'는 실제 순록을 캐스팅해 팬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을 실사화 한다는 것은 수많은 팬의 훈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는 애리얼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 해 개봉 전부터 전세계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작품은 지나치게 원작 고증에 충실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는다. 예를 들어 게임 '역전재판'의 실사영화는 주인공의 비현실적 머리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해 비난을 샀다.

'원피스'는 공개된 스틸컷에서부터 이런 딜레마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의 전철을 밟을 거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유유백서' 드라마 티저 이미지.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유유백서' 드라마 티저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이 때문에 올해 공개를 확정지은 '유유백서'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유유백서'는 1990년대 초반 일본 소년점프에서 연재된 인기 만화로 오컬트 장르의 특징에 학원 코미디물이 더해지면서 공개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원작자인 토가시 요시히로의 건강 악화로 장기연재가 이뤄지지 않아 오랫동안 회자 되진 않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여기에 '건담' 실사판은 할리우드 영화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한다. 레전더리 엔터테이넌트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와 '300', '퍼시픽 림', '고질라 vs 콩' 등 블록버스터 대작을 만든 회사다. 다만 2016년 중국 완다그룹에 인수된 후 작품들이 예전같지 못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명탐정 피카츄'를 만들고 '듄' 시리즈, '워크래프트' 실사판 등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실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건담' 외에도 인기 애니메이션인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실사판도 추진하고 있다.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팬들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다크나이트'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명탐정 피카츄'처럼 가벼운 오락영화라도 되기를 바랄 것이다.

현재 내정된 '건담' 실사판의 감독은 사토 신스케로 '간츠', '아이 엠 어 히어로'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연출했다. 또 악명 높은 '블리치' 실사판도 사토 신스케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게임 등을 실사화 하는 작품은 원작을 사랑한 팬들의 우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당장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실사작품들은 이미 만들어놓은 흑역사 때문에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이 흑역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