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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돈 못써서 안달난 중국인들…명품쇼핑 1번지 ‘이 나라’ 손절했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
입력 : 
2023-12-06 16:00:00
수정 : 
2023-12-09 13: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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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중국인 해외여행 다시 증가
英 방문도 급증…현지 쇼핑지출은 되레 감소
‘부가가치세 20% 환급’ 면세쇼핑 폐지 때문
파리·이탈리아 등 주변국 ‘반사이익 효과’
면세점
지난 8월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 2년 동안 전 세계를 고립시켰던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지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여행 산업에 다시 급물살이 들이치고 있습니다. 특히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견뎌야 했던 중국인들은 국제선 여행기에 몸을 실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해외 국가는 한 곳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지역까지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통 큰 소비’로 유명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팬데믹 이후 특히 우리나라에서 쇼핑에 더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한·중·일 해외여행객들의 인천공항 이용 특성 비교 조사’ 결과 올해 1~9월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에서 물품 구매를 가장 많이 한 여행객은 중국인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해외 출국자 총 3491명(한국인 3021명·중국인 259명·일본인 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보니 중국인 응답자 중 57.1%가 면세점을 방문했고 이들 중 75%가 면세품을 구입했습니다. 반면 한국인은 45.2%가, 일본인은 28.0%가 면세점을 찾는 데 그쳤습니다. 1인 기준 구매 액수 역시 중국인이 26만7822원으로 한국인(19만1405원)과 일본인(16만1503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처럼 해외여행과 쇼핑에 진심인 중국인 여행객들이지만 이들이 유독 지갑을 열지 않고 꽁꽁 싸매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입니다. 팬데믹이 사그라들면서 영국 런던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는 반면 이들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비용 등 지출은 팬데믹 이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런던 상점가와 호텔 등을 대표하는 뉴웨스트엔드컴퍼니(New Wset End Company)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런던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들은 영국 대신 다른 유럽 국가에서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영국이 더 이상 해외 관광객들을 위한 면세쇼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과거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럽 명품 쇼핑 1번지’로 불렸습니다. 다른 나라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가의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과 해외 관광객을 위한 면세쇼핑 서비스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2021년 1월까지 유럽연합(EU) 이외 국가에서 영국을 방문한 해외여행객은 현지 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말 해외 관광객을 위한 면세쇼핑을 폐지하면서 영국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여행객이 명품 구입 시 내는 20%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을 수 없는 곳이 됐습니다. 이후 여행객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영국 대신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명품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이 면세쇼핑을 중단하면 인접 유럽 국가들이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웨스트엔드컴퍼니의 디 코르시 최고경영자(CEO)는 “면세쇼핑의 부재는 해외여행객 지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영국 경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들이 영국에서의 쇼핑을 줄이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천공항
지난 9월 중국발 비행기 이용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의 이 같은 조치에 팬데믹 이후 런던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매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올해 1분기 런던을 찾은 해외관광객 비중과 이들의 소비는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 대비 각 11%, 12% 하락하는 등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분기부터는 해외관광객 비중이 2019년에 비해 3% 하락까지 치고 올라간 반면 소비는 20% 하락으로 더 악화됐습니다. 올해 3분기에는 차이가 더 벌어져 해외관광객 방문은 2019년에 비해 1% 늘며 상승 전환했지만 이들의 소비는 30% 하락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뉴웨스트엔드컴퍼니 측은 “올해 9월 런던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보다 2% 적은 수준에 그쳤지만 이와 달리 지출은 58%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업체들은 부가가치세 환급 등을 중단시킨 관광세(Tourist Tax)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영국항공, 버버리그룹, 멀버리그룹 등 350여 개 기업 대표들은 ‘관광세는 정부 독자적인 정책’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서한을 영국 재무장관에게 보냈습니다. 영국 의회 역시 지난 9월 관광세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 차원의 독자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경제·비즈니스 연구센터는 부가가치세 환급 부족 등 정책이 유발하는 영국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130억달러(약 17조 원)에 달하고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보수당 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의원은 “세금 환급 제도가 다시 도입되면 영국사회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안겨주면서 경제도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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