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이 인공지능(AI) 비서가 탑재되는 중요 디바이스로 부상하면서 구글·삼성 연합과 메타, 애플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내년부터 소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이 본격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안경 삼국지' 포문을 연 것은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 I/O에서 소형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스피커가 탑재돼 있고 음성을 통해 AI 비서 제미나이에 다양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선보였다. 하드웨어를 삼성전자와 함께 만들고 디자인은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가 담당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메타가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 안경 출시를 예고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애플도 스마트 안경 출시 일정을 앞당기며 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가 음성비서로 탑재된 스마트 안경 출시 일정을 2027년에서 2026년 말로 앞당기고, 올해 말부터 시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애플의 스마트 안경에는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가 탑재되고 전화 통화는 물론 음악 재생,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메타도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I 안경을 곧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말 신형 스마트 안경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9월 개최되는 메타 커넥트에서 시제품을 공개할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신형 스마트 안경은 얼굴인식 기능을 포함할 예정이며 가격은 1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는 메타 AI가 탑재된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출시해 지난해 100만대 판매에 성공했다. 또한 작년 9월에는 '오라이언'이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메타는 구글과 애플이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시장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세 회사는 확장현실(XR) 헤드셋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가 높은 가격과 킬러 소프트웨어 부재로 저조한 판매를 보이면서 메타 퀘스트3와의 대결은 김빠진 결과가 나왔다. 구글과 삼성의 첫 XR 헤드셋도 올해 말에나 출시된다.

하지만 스마트 안경은 다르다. AI 비서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AI가 사용자와 시각·음성을 공유하면서 두 손을 자유롭게 둘 수 있는 만큼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스마트 안경 경쟁력은 회사마다 다르다. 구글은 가장 우수한 성능의 AI 비서 제미나이가 사용된다. 제미나이는 빠르고 저렴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 지메일, 구글 맵 등 구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메타는 시장 선점과 디자인이 강점이다. 레이밴과 협업한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정보기술(IT) 기기를 넘어 패션 상품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구글·애플과 달리 스마트폰 생태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애플의 강점은 막강한 생태계다. 스마트폰부터 노트북, 워치까지 애플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고객은 스마트 안경도 애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애플의 약점은 AI 모델이다. 자체 개발한 AI 성능이 기대 이하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