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의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전기·가스 요금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3개월 연속 오르는 데다 이르면 8월 서울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요통 기본요금이 최대 3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돼 둔화하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아워)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현재 요금 수준에 비해 5.3% 인상된 것이다. 각 가정은 4인 가구 기준 매달 7000원 가량의 전기·가스요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전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앞서 정부는 올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하고 가스요금은 유지했지만 1월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8.3% 뛰면서 전체 물가 상승에서 전기·가스·수도 기여도는 0.93%포인트로 전월 대비 0.17%포인트 올랐다.


이후 전기·가스·수도 가격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올 2월과 3월 각각 28.4% 4월 23.7% 오르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올 6~8월에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이 30%선을 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를 기록, 하락하고 있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단행된 10월 5.7%로 높아진 바 있다. 다만 올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 둔화가 뚜렷해진만큼 작년 상황과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 이외에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다수 발생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9.81(2015년 수준 100)로 3월(138.87)보다 0.7% 상승했다. 이는 3개월 연속 상승으로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수입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3%대로 내려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수입물가는 2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가 다음달부터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서울시는 이르면 8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요통 기본요금을 올릴 전망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중 대중교통 인상안을 시 물가대책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종전에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300원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최근 8년간 대중교통 요금이 동결된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은 수출 부진 등 경기침체를 고려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원/달러 환율과 전기·가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물가 불안 요인이 상당히 있다"며 "특히 근원 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이 아직 반영 안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은 여전히 금리 인상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