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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주 vs 코인시장'...힘겨운 줄다리기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3 15:50

수정 2023.05.03 16:06

미국 지역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앞으로 미국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제공
미국 지역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앞으로 미국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은행들의 위기와 맞물려 요동치고 있다. 은행들이 위기를 맞으면 비트코인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위기를 극복하면 급락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대안적인 자산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긍정론부터 "이슈에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그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다는 반증"이라는 회의론까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뱅크데믹의 수혜주, 비트코인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15분 3756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튿날 새벽 12시45분 3846만원으로 급등했고, 오전 4시께는 3866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은행권의 위기가 재점화되면서 비트코인이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새벽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 팩웨스트뱅코프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둔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의 주가는 각각 27.8%, 15.1% 하락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코메리카은행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소재 키코프는 각각 12.4%. 9.4% 떨어졌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은행 불안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이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은행주와 비트코인이 반비례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등이 위기를 겪으면서다. 같은 달 11일 2600만원대까지 떨어진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은행권이 위기를 겪자 18일 3600만원대로 일주일 새 1000만원이 뛰었다.

지난 4월 하순 36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 위기를 겪자 같은 달 27일 4000만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통금융권인 은행들이 위기를 겪으면서 비트코인이 대안자산으로 인정 받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올 것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아직 그런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이 흔들리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워지거나 피벗(정책 방향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더 오를 수 있을까
은행권과 관련된 수혜를 계속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의 위기가 비트코인의 의의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긴 하지만 은행권의 위기는 곧 봉합될 것이기 때문에 이 영향은 약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지금까지 발생하는 중견 은행들의 파산은 막았지만 앞으로 은행들의 위기가 계속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처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올 수 있고, 비트코인의 매력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슈에 가격이 너무 크게 움직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트코인은 은행권 이슈에 수혜를 입기도 하지만 반대로 은행권이 안정을 되찾으면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지난 1일(현지시간) 파산 위기에 몰려 있던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을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00만원 가까이 추락한 바 있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단기적인 변동성은 크지만 생각보다 변동성에 미치는 거래량은 많지 않다.
그 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심리가 안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 같은 변동성은 다른 자산시장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사실 비트코인 자체가 펀더멘털이나 지표로 가격이 결정되는 자산이 아니다"며 "가격 자체가 반등한 건 맞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50%인 가격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대단한 시사점을 주진 않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홍성욱 연구원은 "전 세계인들이 비트코인을 쓰는 단계는 아니어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일상에서 쓰이는 단계가 실질적인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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