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사] 미술 금융시장 리딩하는 열매컴퍼니… ‘조각투자 1호’ 박차

입력:2023-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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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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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술품 투자는 소위 ‘가진 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미술품을 지분 형태로 쪼개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각광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열매컴퍼니(대표 김재욱)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론칭해 국내 최초로 미술품 조각투자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열매컴퍼니의 2019년 매출액은 17억원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287억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열매컴퍼니는 이제 ‘1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노리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열매컴퍼니를 포함한 5개 조각투자 사업자에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며 증권성을 인정한 바 있다. 김재욱 대표는 오는 14일 금융감독원에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목표 발행일은 10월 중순이다.

김 대표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2011년 삼정KPMG 회계법인 대체투자 자문부서에서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뒤 사모펀드, 간송미술관으로 직장을 옮기며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쌓았다. 김 대표는 12일 “회계법인에서 썼던 미술품 투자 관련 보고서가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물론 원래부터 남달랐던 미술에 대한 애정도 한몫했다. 김 대표는 고등학생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한때 미대 진학을 꿈꿨고, 미술품 컬렉팅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그는 “미술품 투자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가격”이라며 일반 대중도 접근할 수 있도록 가치 있는 미술품을 소액으로 나눠 공동 구매하는 방식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이뤄지는 조각투자 방식은 이렇다. 일단 열매컴퍼니가 미술품을 직접 매입한 뒤 전체 소유권의 10%를 자사가 확보하고, 나머지를 회원에게 판매한다. 이후 미술품을 처분해 얻은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렇게 열매컴퍼니가 공동구매를 진행한 미술품은 총 168개고, 이 중 120개의 매각이 이뤄졌다. 미술품 가격대는 100만원대부터 20억원까지 다양했는데, 평균적으로 2~3억원 수준의 미술품들이 많았다. 평균 수익률은 약 27%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많은 수익을 돌려주고 있다는 점이 열매컴퍼니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미술품 가격 산정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열매컴퍼니는 약 70만 건의 미술품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술 시장·작가·작품 관련 분석 툴을 만들었다. 단순히 미술품 이미지나 정보만 넣어도 적정 가격이 산출된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낙찰률·경합 비중 등을 본 뒤 적정 매수 시점을 잡기도 한다.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의 장점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상위 100명 작가(아트프라이스 100)는 S&P500이 20년 상승한 것 대비로도 2배 이상 올랐다”며 “미술품은 비과세 영역이 많고 분리과세가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본적으로 어떤 투자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 ‘묻지마 투자’는 경계했다. 그러면서 “조각 투자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실적 등 조각투자 시행 플랫폼의 전문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담보대출, 아트펀드 조성 등 사업을 확장해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유동성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미술품 시장 규모는 아직 작은 수준”이라며 “미술품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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