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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나간 코인 20조 … 파리 날리는 국내 거래소

최근도 기자
입력 : 
2023-09-22 17: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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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송금건수도 110만건
가상화폐 약세장 이어지자
고수익 노리고 해외투자 나서
레버리지·선물투자에 집중
국내 하반기 상장코인 76개
하루 1억이하 거래가 5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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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를 통한 해외 송금은 거래가 활발했던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거래가 극히 부진하다 보니 투자 방식이 다양하고 자유로운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코인 거래소가 해외 투자를 위한 관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송금한 가상자산 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거래소 신규 상장 코인 중에는 하루 거래량이 1억원도 안 되는 사례가 수두룩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하루 총거래량이 1억원에 못 미치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본다. 총거래량이 1억원이라고 해도 한 번에 사고파는 양은 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22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로 보낸 가상자산 규모는 19조6947억원(1회 송금액 100만원 이상 대상)에 달했다. 해외 송금 규모가 가장 큰 거래소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였다. 상반기 업비트에서만 15조5798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해외로 나갔다. 전체 5대 거래소 해외 송금액의 79.1%에 달하는 규모다. 업비트의 뒤를 이어 빗썸 3조3989억원, 코인원 6395억원, 코빗 641억원, 고팍스 123억원 순이었다.

올 상반기 해외 송금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와 거의 비슷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거래업자로부터 해외 사업자로 나간 금액은 19조9000억원이었다.

특히 송금 건수가 올 상반기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작년 하반기는 88만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25% 증가한 110만건을 기록했다. 건당 송금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2261만원) 대비 21.3% 줄어든 1780만원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별 건당 송금 규모는 코인원이 2570만원으로 가장 컸다. 업비트가 1848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코빗 1501만원, 빗썸 1469만원, 고팍스 443만원 순이다.

송금액이 줄어든 것은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송금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 '공매도'가 가능한 해외 거래소를 자주 이용한 영향으로 보인다.

해외 송금액이 크게 증가한 반면 국내 거래소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매일경제가 국내 5대 거래소의 하반기 신규 상장 코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 76개 코인 중 하루 거래액이 원활하다고 보기 어려운 1억원 이하인 경우가 55개에 달했다. 신규 상장 코인 중 하루 거래액이 1억원 미만인 코인을 거래소별로 보면 코인원이 33개 중 32개, 빗썸이 30개 중 14개, 업비트는 5개 중 1개, 고팍스는 5개 중 5개였다.

5대 거래소가 하반기에 신규 상장한 코인으로 최근 24시간(21~22일) 동안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을 살펴보면 업비트 1억3391만원, 빗썸 8513만원, 코인원 131만원, 고팍스 28만7000원, 코빗 4만6000원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거래소 영업 방식이 해외 거래소를 따라가기 힘들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해외로 자금을 송금하기 위한 발판으로만 이용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개인투자자들의 흥미를 끄는 '상장빔' '상폐빔' 등 이상 급등락이 아니면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그마저도 아쉬워 국내 영업신고도 안 한 해외 거래소에 뛰어들어 레버리지 거래나 선물 거래를 하는 등 위험한 투자 형태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의 진입이나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는 식으로 투자 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법인·기관투자자 투자 허용 등 규제 개선을 통해 원화 마켓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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