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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에 IT 인재 모시기' 옛말…연봉 상승 한풀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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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랩, IT업계 연봉 분석
비개발자 인상폭 절반 뚝
실무경험 적은 저연차 타격
AI 개발역량 뛰어나야 우대
고금리 탓에 투자 유치 급감
기업들 AI 도입해 인력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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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달아올랐던 '연봉 상승' 경쟁이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로 IT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이직할 때 확정하는 연봉 상승 폭이 3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일경제신문이 인적자원(HR) 기업 원티드랩(대표 이복기)에 요청해 2021년 1분기~2024년 1분기 IT·플랫폼·스타트업 업계 종사자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2024년 1분기 새 직장에 합격한 마케팅·판매·HR 등 비개발자 직군 연봉은 565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5495만원 대비 2.9% 상승에 그쳤다. 비개발자의 이직 시 연봉 상승률은 2022년 1분기 4.8%에서 2023년 1분기 5.8%로 높아진 뒤 올해 들어 3년 내 가장 낮았다. 개발직군 역시 비슷했다. 개발자 직군 연봉은 7868만원으로 1년 전 7335만원 대비 7.3% 높았다. 상승 폭이 2022년 1분기 10.7%에서 지난해 1분기 7.6%로 낮아진 뒤 올해 들어 더 하락한 대목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체질 개선을 위해 인원을 축소 중이다. 에듀테크 기업 클래스101은 임직원 수를 약 360명에서 120명으로 줄였다. 또 다른 스타트업은 자금난에 대표 홀로 남은 상태에서 빚을 투자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0'원에 매각했다.

여전히 개발 인재는 부족하나, 구조조정을 한 스타트업에서 인력들이 나오면서 공급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폐업한 기업에 몸담았던 유능한 개발자들을 동일한 연봉을 주고 데리고 왔다"면서 "여전히 우수 개발자는 부족하지만, 몸값 올리기 경쟁이 코로나19 때처럼 극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7~9년 차 개발자 연봉은 오히려 후퇴했다. 올 1분기 이직 시 받는 연봉 평균이 6343만원으로 전년 동기 6536만원 대비 3% 하락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외국에 개발 본부를 둔 경우도 있다. 빅데이터·AI 기반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티디아이(TDI)는 AI를 도입해 인력을 조정하면서도 매출·영업이익을 극대화했다. TDI는 전체 직원 숫자를 150명에서 30명으로 줄였다. 대신 신시장 개척 차원에서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개발 인력 40명을 새롭게 채용했다. 매출액은 2022년 121억원으로, 전년 83억원 대비 46% 증가했다. 올 들어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3년 전과 비교해서는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3년 전 대비 개발자 연봉은 27.8%, 비개발자는 14.1% 올랐다.

특히 머신러닝·딥러닝 등 AI 개발자의 연봉은 같은 기간 37.6%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개발자(25.9%)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2022년 말 챗GPT 등장으로 각 기업들이 앞다퉈 AI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구인난에 시달린 결과다.

원티드랩은 "특히 7년 차 미만에서 AI 관련 역량을 보유한 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 AI 역량을 요구받지 않는 일반 개발자의 연봉 상승 폭을 뚜렷하게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영상인식 AI기업 개발 총괄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차 특정 영역에 전문화된 개발 인재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며 "가령 로봇에서 컴퓨터 비전 전문 엔지니어를 찾는다면, 아주 세세하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프로그래밍 스킬과 함께 추가적으로 관련 분야 경험까지 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력 풀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백엔드만 보더라도 머신러닝 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보편적인 역량과 달리 차별화를 갖춘 고급 인재들은 인맥과 보상을 통해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나 카카오브레인처럼 AI를 연구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게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는 전문 회사들이 관련 인력을 모집하는 데 있어 '상시 채용'으로 문턱을 넓힌 것 역시 이 때문이다.

AI 여파는 연차별 연봉 상승 폭도 갈랐다.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와 그렇지 않은 인재 간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1~3년 차 연봉 상승 폭은 올 1분기 비개발자가 0%, 개발자가 6%에 그쳤다. 반면 12년 차는 비개발자가 6.2%, 개발자가 14.1%에 달했다.

[이상덕 기자 /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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