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2일 10대 공약을 발표하며 ‘청년 공약’의 하나로 ‘군 복무경력 호봉 반영’을 포함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복무가 의무인 남성들만을 위한 공약’이라는 불만이 발단이었다. “여성에겐 (대신) 출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 김문수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선 ‘출산한 여성만 여성이냐’는 등 비판이 속출하기도 했다. 출산 가산점은 민주당이 검토하지 않는다고 해명함에 따라 일단락됐지만 ‘군 복무경력 호봉 반영’ 공약이 여성 차별 정책이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하다.
형평성 논란, 왜 벌어졌나?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된 군 복무경력 호봉 산정 문제는 대선 때마다 ‘20대 남성 표’를 겨냥한 후보들이 내건 단골 공약이다. 의무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과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고, 복무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대 대선 때 이를 공약해, 2023년 9월 국가보훈부가 군 의무복무 기간을 호봉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제대군인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나서기도 했다. 개정안은 그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됐으나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7월 제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으나 정무위 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태에서 멈춰 있다.

군 복무경력을 호봉에 의무적으로 반영하자는 주장은 찬반이 팽팽하다. 국가보훈부가 제대군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다음달인 2023년 10월 여론조사 앱 ‘서치통’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4.87%가 군 복무기간 호봉 반영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남녀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우려”(30.83%)가 있고 “병사 월급 상승 등 군 대우가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25.65%)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박석진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상임활동가는 “군 복무에 대한 보상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그 방식이 군 복무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배제와 차별로 가선 안 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의무화하려면 사회적 합의 필수
이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약을 설명하며 “군 복무경력이 모든 공공기관에서 정당하게 인정받도록 의무적으로 호봉에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현재 제대군인법은 군 의무복무 기간을 호봉에 반영할지 여부를 채용 기관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는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이미 2018년 8월 기준 공공기관·공기업 89.9%가 군 의무복무 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40.3% 수준에 불과한 민간 기업 쪽으로 제도가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채용 때뿐만 아니라 복무경력을 승진에까지 반영할지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민간 기업 쪽에선 “인건비 부담이 커져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성과 중심 인사제도를 강화하는 추세와 충돌하고, 조직 내 임금구조 왜곡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제도가 의무 도입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루고, 민간 기업까지 확장 시 재원 지원 등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