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드(THAAD) 사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좁아졌던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 정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나라를 오가는 항공편이 늘고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 수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으로 오는 중국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오랜 내수 침체로 신음하는 유통 업계, 관광 업계 등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중국과 한국을 오간 항공편 수는 4만5157편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9% 늘었다. 항공편이 늘면서 두 나라를 오간 사람 수도 572만3824명으로 같은 기간 29.4% 증가했다. 작년 11월 중국 정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이전까지 크게 위축됐던 중국 관광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도 212만49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월평균 약 35만명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직전에는 중국 관광객이 월평균 50만명 안팎 한국을 찾았다.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회복세는 뚜렷하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르면 오는 3분기(7~9월)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확정되면 내수 경기 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중국 상품 늘리는 항공·여행 업계

한중 양국을 잇는 항공편은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하계 기간(3~10월) 중국 운항편이 주당 195회로, 코로나 사태 이전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부터 중국 주요 도시인 청두, 충칭 노선을 각각 주 7회로 확대했고, 옌지 노선도 주 8회까지 늘렸다. 제주항공도 이달 중순부터 한동안 중단했던 제주에서 시안과 홍콩을 오가는 주 2회 노선을 부활시켰다. 티웨이항공도 이달 중 중국 옌지로 향하는 청주발, 대구발 노선을 주 3회 취항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의 움직임에 인천공항도 분주해졌다. 올 1분기(1~3월) 이용객 수가 약 1740만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중국 노선을 이용한 사람만 26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여파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업계도 ‘중국 무비자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중국 정부의 무비자 발표 이후 중국 여행 상품을 2배로 늘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중국 여행 판매량이 목표를 초과 달성해 관련 상품 방송 편성을 60% 이상 늘렸다”고 했다. 여행사 하나투어 역시 1분기 중국 패키지를 이용한 소비자가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다고 했다.

서울 인사동의 한 관광호텔은 21일 기준 이달 투숙객의 60%가 중국인이다. 호텔 관계자는 “작년 같은 기간 중국인 투숙객은 5%에 불과했다”며 “방한 중국인이 서서히 늘고 있어 중국 여행 예약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홍보를 했더니 찾아오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했다.

◇내수 회복 기대 커지는 유통가

소비 위축에 시름하는 국내 유통 업계도 중국 관광객 증가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코스가 된 올리브영의 경우, 이미 1분기 중국 관광객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84% 늘며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 업계는 특히 올 3분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20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가속화되도록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3분기 중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과 파라다이스의 경우 그 영향으로 전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주가가 연초 대비 20% 넘게 올랐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제주도만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이게 전체로 확대되면 제주도 외의 주요 카지노 매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관광 쇼핑 트렌드와 고환율로 수년째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무비자 정책을 대비해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