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구매 수요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5대 주요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도 되지 않아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증가분의 9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정부의 느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부채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銀, 가계대출 2.5조 또 늘자…금리 더 올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684조8018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 대비 2조4723억원 증가했다. 전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2021년 10월(3조4380억원) 후 월간 기준으로 2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의 대부분은 주담대가 차지했다.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17조8588억원에서 26일 520조1093억원으로 2조2505억원 늘었다. 이 기간 가계대출 증가분의 91%가 주담대 확대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다시 확대됐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9월 말 107조3409억원에서 26일 기준 107조8717억원으로 5308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2021년 12월부터 올 9월(-1조762억원)까지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왔는데, 이달 들어 2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은행들도 저마다 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정부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통해 다음달 1일부터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리 변동 주기가 1년 이하인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0.05%포인트씩 인상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이달 11일과 13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씩 올렸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