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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EU, AI빅테크 규제 빨라지자 … 美 "표준 룰 우리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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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줄여 AI 육성 … 美정부·의회 초당적 행보
中, AI육성 역량 총동원하고
EU는 빅테크 '때리기' 일색
美의회, 빅테크 CEO 불러
비공개 포럼서 의견 수렴
"정돈된 새 운동장 만들겠다"
'혁신과 진흥' 국제 여론몰이
◆ 新디지털질서 경쟁 ◆
사진설명
지난 13일 미국의 대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례적으로 미국 의회 회의 석상에 모였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인공지능(AI) 규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회에서 비공개로 개최한 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회의에는 오픈AI,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기술회사 CEO가 대거 참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의회를 나오면서 AI 규제를 위한 연방 정부 차원의 "AI 담당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등장한 CEO들이 평소와 달리 정장을 입고, AI 규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국 빅테크 규제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 국무부 초청 간담회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AI 규제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정제된 운동장'을 마련해 업계 불확실성을 줄여 AI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국가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조 로프그린 의원(민주당)은 "AI로 엄청나게 긍정적인 변화의 문턱에 서 있고 이러한 신기술이 미국을 위해 적절히 대처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AI 규제 필요성을 자국 중심으로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장 발 빠르게 AI 규제를 도입하려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 의회는 지난 6월 세계 최초 AI 규제인 'AI법(AI Act)'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유럽 의회와 집행위원회·이사회 간 3자 협상이 타결되면 2026년께 EU에 해당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AI 개발사가 상업적 목적으로 AI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EU 규제 기구 측에 AI 시스템을 제출하도록 했다. 기업의 AI 수익 활동을 EU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은 지난 5월 발표된 수정안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에 대한 규제가 추가됐다.

미국은 이 같은 EU의 AI 규제 프레임이 추진되면 다른 국가들이 이를 벤치마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실상 EU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가 없기 때문에 '규제 강화'로 미국 빅테크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더구나 중국이 뛰어난 AI 기술 확보를 최우선의 국익 수단으로 판단하며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도 미국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징둥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은 AI 시장에서 '진격'을 선언하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도 AI를 바라보는 미국 정계의 시각이 독과점에 대한 피해 우려 등에 따른 '고강도 규제'에서 '기술과 혁신 진흥'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이번 간담회에서 확인한 것은 AI를 대하는 미국 정계 의견이 초당적이라는 점이다. 테드 류 하원의원(민주당)은 "AI는 지각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도구일 뿐이며 도구에는 정파성이 없다"며 "기술은 초당파적 지지를 받는 분야"라고 말했다.

다만 어떻게 AI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냐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 백악관은 자율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올해 5월 조 바이든 정부는 '바이든-(카멀라)해리스 행정부의 새로운 행동'을 발표했다. 새로운 AI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1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AI 발전을 추구하며 앤스로픽, 구글, 허깅페이스, MS, 오픈AI 등을 참여시켜 AI 시스템 공개 평가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 주도로 일반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AI 기업과 국민 간 의견 수렴이다. 백악관은 "커뮤니티 파트너와 AI 전문가 수천 명이 모델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황순민 기자 / 서울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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