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서울 장위자이레디언트와 경기도 광명 철산자이더헤리티지의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 4월 첫 중도금 대출 분납을 앞두고 금리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장위자이의 중도금 대출 금리는 연 4.83%, 철산자이는 연 5.47%로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격차는 은행별 가산금리 때문에 생겼다.
중도금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이뤄진다. 기준금리는 통상 중도금 납부 시점의 신규 코픽스(COFIX·조달자금비용지수)다. 그래서 같은 때 중도금을 낸다면 같다. 그런데 가산금리가 천차만별이다. 이 두 아파트의 가산금리는 서울 장위자이가 1.3%, 철산자이 2.4%로 거의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같은 시행사에 분양 시기가 비슷했는데, 은행 가산금리는 크게 달랐다.
작년 8월 중도금 납부가 시작된 수원 영통 푸르지오 파인베르와 대전 엘리프 송촌 더파크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이 지은 수원 영통 푸르지오는 은행 가산금리가 1.99%인데, 계룡건설이 시공한 대전 엘리프 송촌은 2.3%였다.
사정이 이렇자 다른 곳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입주 예정자들은 은행을 향해 “지역 차별” “중·소 건설사 차별”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은행들은 각종 리스크를 고려해 가산금리를 자체 산정하는데, 산정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입주자들은 ‘깜깜이 가산금리’에 불만이다. 지난 3월 말 국회엔 “중도금 가산금리 산정 시스템을 개편해달라”는 국민 동의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 만에 5만명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천차만별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더 예민해졌다. 중도금 대출 금리 부담이 크게 가중됐기 때문이다. 2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권 평균 중도금 대출 금리(신규 기준)는 연 5.68%로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연 4.4%)보다 1.28%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1년 새 주택대출 금리는 0.56%포인트 오를 동안 중도금 대출 금리는 2.28%포인트로 4배 넘게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권이 정부의 ‘상생 금융’ 압박에 자체적으로 내린 반면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가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낮았지만 이후 두 금리가 역전됐고 격차도 벌어지게 됐다.
비난의 화살은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익산 유탑유블레스47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달 23일 중도금 대출에 3.14%의 가산금리를 적용한 은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세종시 조치원읍 ‘엘리프 세종’ 입주 예정자들은 “가산금리 2.7%가 너무 높으니 시에서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세워달라”는 집단 서명을 세종시에 냈다. 이 두 곳은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5월에 3.56%)를 더한 최종 중도금 대출 금리가 연 6%가 넘는다. 흥행에 성공한 서울 둔촌주공 중도금 대출 금리가 연 4.56%인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중도금 대출 관련 민원은 올 1~5월에만 74건이다. 작년 한 해 접수 건수(54건)를 이미 훌쩍 넘었다.
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사업장 입지 조건이나 시공사의 신용도, 분양 전망, 계약 당시의 시장금리 변동 상황, 다른 금융기관과의 경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일 뿐 지역별, 건설사 규모별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은행권은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인 가산금리 산정 방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산금리 개편’ 국민청원 등장
한편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 시스템 개편 국민 동의 청원이 국회에 정식 접수됐지만, 검토 결과는 부정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검토 보고서에서 “금리 산정은 은행 자율이어서 국회가 금융기관에 대출금리를 인하하도록 요구 또는 유도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중도금 대출은 주택을 담보물로 설정할 수 없다는 위험 요소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법령 등에서 산정 방식을 직접 규율하지 않고 있어 이를 당국도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금융회사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금리를 산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