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한은까지 입김 더한 가상자산 시장… 업계는 "삼중규제"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30 18:10

수정 2023.04.30 18:10

첫발 뗀 가상자산 법제화
이용자보호 담은 1호법 소위 통과
한은, 사업자에 자료 요구권 갖고
스테이블코인 감독 역할론도 꺼내
"금융위·금감원과 규제 충돌 우려"
한은까지 입김 더한 가상자산 시장… 업계는 "삼중규제"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던 가상자산 규제에 한국은행도 참전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시장이 이중 규제, 금융당국 간의 알력다툼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가상자산 보호법 소위 통과

4월 30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1호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보호법)'이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통과를 거쳐야 하지만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상반기 안에도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및 처벌, 감독 및 검사 등 가상자산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암호자산, 디지털자산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던 용어를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서 사용하는 '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


이번 법안이 특금법과 다른 점은 가상자산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명시적으로 제외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법화(화폐)가 아니고, CBDC는 디지털 형태의 법화이므로 가상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에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안정 정책 수립에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사안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꾸준하게 반대 입장은 견지해 왔다. CBDC에 대해서는 "발행 여부와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1단계 입법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할 필요성이 낮다", 자료제출권에 대해서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만큼 가상자산법이 아닌 한국은행법에 규정하자"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논의 과정을 보면 국회가 한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정무위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가 내 권한 챙기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한은, 금감원 들어오지 마라, 내가 다하겠다'라는 것 아닌가"라고 금융위에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법안이 정해지면서 한은도 즉각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향후 법정화폐와 같이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이 감독·감시 권한이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국은행에 자료제출 요구권

가상자산 보호법이 소위를 통과한 직후, 한은은 '2022년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암호자산(가상자산)에 대한 기본적인 감독은 감독 당국이 담당하는 가운데 지급수단으로 활용 가능성이 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감독·감시는 지급 결제 제도의 안정을 주요 책무로 하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화폐와 연동시켜 가치를 안정화(stable)시킨 가상자산이다.

한은의 이러한 입장은 세계 최초의 코인법 '미카(MiCA)'를 통과시킨 유럽연합(EU)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EU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의견제시권, 인가거부권, 인가취소요구권을 유럽중앙은행(ECB)에 부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로다른 의견이 교차한다.
규제의 틀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부터 '이중 규제'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금융위의 규제대상이 되는 '증권형 가상자산'의 범위에 대한 금융당국 간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라며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의 대상이 되는 '증권형 토큰' △가상자산 법안의 적용 대상이 되는 '비증권형 토큰' △한국은행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CBDC와 관련 서비스 토큰 등 3자 구도로 진행될텐데, 여기서 규제충돌 과 이중규제, 규제공백이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위원회 눈치를 많이 보는데, 금융감독원에도 검사를 받고 한국은행에 자료도 제출하면 '삼중 규제' 아닌가"라며 "앞으로 제도가 구체화될수록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의 잔소리가 늘어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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