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최대 위험은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질수록 메르세데스벤츠그룹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서방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미국, 중국 등이 밀접하게 경제적으로 얽혀 있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37%였다. 유럽(31%)보다 높고 미국(15%)의 두 배 이상이다. 회사는 올해 1분기에만 18만1284대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의 희귀 금속 자원 무기화와 관련해서도 칼레니우스 CEO는 “리튬 등의 공급이 개별 국가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는 환상에 불과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테슬라가 자국 정부의 압박과 EU의 보조금 조사 등에 시달리면서도 중국 상하이의 기가팩토리를 최대 생산 거점으로 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회사 지배구조에도 중국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지분 9.98%, 중국 지리자동차는 9.69%를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중국 국영기업이다. 이들 중국 기업은 합작투자 등을 계기로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지분을 취득했고, 2010년대 후반 시장에서 주식을 매집해 지분율을 올렸다. 회사가 2021년 상용차 부문을 ‘다임러 트럭’으로 분사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의 지분이 드러나자 “메르세데스벤츠그룹도 베이징자동차 지분을 9%가량 보유했고 상호 지분율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베이징자동차는 장기 투자자”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가 친(親)중국 정책에서 한발 물러선 점도 변수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독일이 산업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손실을 봐도 구제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