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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지는 쫌아는기자 1호의 인터뷰로 다뤘지만, 투자 심사역의 관점을 알기 위해 같은 스타트업임에도 이번 시즌에 두 번 등장하게됐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돈쭐’로 그렇지 않은 제품은 ‘불매’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 기업도 착해져야 살아남는 시대, ESG가 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투자를 진행한 캐비지도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캐비지는 친환경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와 단품몰 ‘싱싱마켓’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통 능률을 높이고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자 물류 표준화에 적합하도록 농산물 규격을 정하고 있는데, 농산물이 정식 유통 체계를 밟으려면 이 표준 규격에 따라 등급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맛과 신선도와 관련 없는 외형이 등급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규격화 과정에서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많은 농산물들이 ‘등급 외’ 농산물로 분류되어 헐값에 팔리거나 폐기된다. 농산물 폐기는 그 자체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생산에 들어간 자원도 낭비된다. 캐비지는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판로를 찾지 못해 폐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소싱하여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고, 이를 통해 ①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 ②생산자(농부)에게 정당한 보상 제공 ③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 전달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착한 기업이 무조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때 착한 기업의 대명사였던 탐스(TOMS)의 사례가 있다. 탐스는 신발을 한 켤레 사면 한 켤레를 기부(One for One)한다는 마케팅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결국 내리막길을 걸었다. 탐스의 대표가 제품 경쟁력 강화보다는 착한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보이며 제대로 된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파타고니아도 대표적인 착한 기업이지만 탐스와 달리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제품 생산에 유기농 면과 재생 소재를 사용하고, 매출의 1%를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며, ‘이 재킷을 사지마라(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를 내걸며 기존 제품을 오래 입을 것을 홍보한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캠페인으로 유명세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월가의 금융인들이 교복처럼 입기 시작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으며, 친환경 소재 개발과 더불어 기능성 제품 개발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캐비지 또한 임팩트 유니콘을 꿈꾸지만 ESG 메세지 전달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브랜드 자체를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구부러진 오이는 ‘스마일 오이’, 여러 갈래로 자란 당근은 ‘다리 셋 당근’으로 네이밍하고, ‘머리 숱이 적어 슬픈 브로콜리’ 구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재밌고,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브랜딩부터 콘텐츠 발행까지 신경 쓰고 있다. 제품에 있어서도 지역 농가들을 직접 방문하며 좋은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소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매주 다른 구성으로 제철 식품, 시중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품목 등을 큐레이션 하여 해당 재료들을 활용한 레시피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요리하지 않는 고객층을 위한 상품 개발도 진행 중이며, 신선 식품(원물) 중심에서 절단 채소, 밀키트 등의 신선 편이 식품, 그리고 가공 식품까지 카테고리 확장할 계획이다. 소비자에게는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추천과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신선 재료 외 추천 레시피에 필요한 식재료도 구입할 수 있게 하여 건강한 식단&재료를 큐레이션 해주는 새로운 식(食)생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
캐비지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구매 이유 1위는 채소섭취량을 늘려 건강 지키기(31.5%), 2위는 식비절약(24%), 3위가 가치소비 동참(18.1%), 4위는 장보기 시간 절약(13.1%)이다. 캐비지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 또한 첫번째가 농산물 커머스로 회사의 성장세, 성장 전략, 성장 가능성, 두번째가 ESG 가치이다. 투자 결정에 있어 ESG 중요성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ESG는 기본 조건이고, 그 외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기업이 착하면서 강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캐비지가 바로 그런 기업이었다. 앞으로 캐비지가 더욱 더 강해져서 임팩트 유니콘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