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사장님’ 갈 곳 없다…야속한 ‘50대 취업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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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0대 고용률 12개월째 감소

10년 동안 강원도 원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53세 김모씨는 지난해 6월부터 단축 영업을 하다 12월에 결국 폐업 신청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배 뛴 밀가루 가격도 견디기 힘든데, 새출발기금 원금 상환이 시작되자 버틸 수 없었다. 그는 단축 영업 때부터 반년 넘게 재취업을 준비했지만 다시 취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50대 고용률은 77.1%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감소했다. 50대 고용률은 1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다. 올해 들어서는 50대 취업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3월 전체 취업자는 19만3000명 늘었지만, 50대 취업자는 2만6000명 감소했다.

‘쉬었음 청년’이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청년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최근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는 줄어드는 50대 고용률을 이에 못지않게 유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50대는 대부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 데다, 나이가 있어 한번 퇴직하면 재취업이 어려워 청년보다 더 큰 실업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0대 고용 부진이 취약계층(임시·일용, 자영자)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올해 1~2월 평균 50대 취업자 중 상용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 명 증가했지만, 임시직은 7만500명이, 일용직도 2만7500명이 감소했다. 그리고 자영자(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만5500명 줄어들며 전체 취업자 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50대 자영자는 지난 2월 기준 13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50대 자영업자는 기업 근무 경험이 적어 일자리에 복귀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자영업 재취업 전문 교육기관인 지오코칭의 양원영 상담사는 “‘사장님’으로 오래 일한 만큼 직원으로 부리기 어렵다는 편견 등이 있다”며 “또 기업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 일 시키기 쉬운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 많은 50대 사장님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장년 자영업자의 부진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의 큰 축인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 역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 브랜드 수는 지난해 1만2377개로 전년(1만2429개)보다 0.4%(52개) 줄었다.

최근 50대 이상의 ‘중장년 파산’도 급증 중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분석한 ‘2024년 파산면책 지원 실태’에 따르면 신청자의 86.5%가 50대 이상이었다. 50대가 22.7%, 60대 39.6%, 70대 19.0%, 80대 4.9% 순으로 5060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50대 재취업 교육과 일자리 지원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자영업자의 폐업과 재취업을 돕는 ‘희망리턴패키지’를 운영 중이지만 이들을 고용해야 할 기업이 아닌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고용 지원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벤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50대 고용률은 줄지만 중소기업 빈 일자리는 늘고 있어, 이들 간의 매칭이 필요하다”며 “근로자 지원도 필요하지만 고용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 기업 경험이 적거나 단절된 50대 맞춤형 재취업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부는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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