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을지로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하나 등 5대 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5174억원 증가했다.    /김병언 기자
4일 서울 을지로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하나 등 5대 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5174억원 증가했다. /김병언 기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8%를 돌파하는 등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채권 금리 기준물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올 들어 처음으로 연 4%를 돌파했다. 가계·기업·자영업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고금리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8월(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증가했다. 5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폭이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4억원, 8월 1조5912억원으로 커지는 추세다.

韓 3년물도 4% 돌파…가계·기업 '빚폭탄' 터지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8월 말(514조9997억원)보다 2조8591억원 증가했다. 주택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17~6.23%로 한 달 전(연 4.05~6.09%)보다 상·하단 모두 0.1%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이 기간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도 연 3.79~5.91%에서 연 4.00~6.12%로 높아졌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도 전월(747조4893억원)보다 8조8416억원 증가한 756조3309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올해 2분기 124.1%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113.6%)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99.6%)보다 높다. 가계와 기업을 합친 민간부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25.7%로 1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민간부채 확대는 고금리 장기화와 맞물려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미 수년간 코로나19와 경기 부진의 충격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 중에선 더 이상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은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 분기 대비 1조원 늘어난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2분기 연체율은 1.15%로 전 분기(1.00%)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3분기(1.31%) 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부채 확대와 고금리 장기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올해 하반기에 기술적으로 반등한다고 해도 고금리 지속 여파로 반등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이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