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플랫폼 '고미몰' 화면. 고미몰 홈페이지 캡처
고미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플랫폼 '고미몰' 화면. 고미몰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급성장하며 ‘동남아판 쿠팡’이라 불렸던 스타트업 고미코퍼레이션이 대량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지만, 경기 위축이 이어지며 본사 인건비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과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꾀할 방침이다.

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고미코퍼레이션은 20명 상당 개발자와 디자인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원래 직원 수는 약 70명으로, 해외 자회사에도 인력을 전환 배치해 본사엔 절반 정도의 인력만 남을 예정이다.

고미코퍼레이션은 2019년 설립된 이커머스 스타트업이다. 베트남, 태국, 인도 등 동남아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을 자체 플랫폼 ‘고미몰’에 입점시켜 사세를 키웠다. 국내 브랜드 상품의 입고부터 배송, 마케팅까지 과정을 일괄 대행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확보한 브랜드는 500개, 제품 수는 1만 4000개 상당이다. 자회사를 통해선 결제 사업, 석유 유통 사업에도 도전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600억원을 돌파했다.

조직 재편은 최근 투자시장 위축과 함께 진행됐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2월 125억원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첫 해외 투자사였던 MDI벤처스를 포함해 포스코기술투자, DS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K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등 기존 투자자의 후속 투자도 있었다. 대량의 투자금을 확보한 회사 측은 사업 분야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개발 인력이 몰려있던 모회사 고미코퍼레이션의 적자 폭은 깊어져 갔다. 경기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발자 인건비가 오른 것도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됐다.

회사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회사 고미코퍼레이션을 지주사 형태로 만들 예정인데, 재무 구조를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장건영 고미코퍼레이션 대표는 “경기 위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는 것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라며 “고미코퍼레이션의 국내외 자회사들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사로부터 투자 유치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또 “자회사 고미에너지딜리버리는 지난해 290억원 매출에 8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투자 유치 이후 매출액 1000억원 달성, 2026년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업체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그린랩스와 뱅크샐러드 등 유명 스타트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한 가운데 최근 프롭테크 업체 직방도 전체 직원 가운데 약 10% 상당의 인력 감축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는 오르고 투자유치는 어려우니 다들 경영 비상 상황”이라며 “무리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버티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