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지호 기자
/사진=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4년 동안 3조원 투자" 넷플릭스, 마냥 웃을 수 없는 까닭
② 국내 투자 늘리는 넷플릭스… K-콘텐츠 하청기지화 '우려'
③ 선심쓰는 넷플릭스에 난감해진 '망사용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5일 미국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25억달러(약3조3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결정은 영상 콘텐츠 투자로선 사상 최대 규모였기에 기대감이 일지만 해외 자본에 의지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넷플릭스 '안방 침투력'에 … 맥 못추는 국내 OTT

지난 4월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지난 4월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 /사진=공동사진취재단

문화체육관광부는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 결정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을 보유한 국내 제작사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본다. 넷플릭스 투자가 국내 OTT의 자금난 해소에 주효할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지원하면 콘텐츠에 대한 지식재산권(IP)과 해외 판권 등이 넷플릭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OTT 사업자는 제작에만 참여해 부가 판권이나 IP 활용 등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 활로가 막힌다.


적자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토종 OTT 사업자의 고민도 깊다. 웨이브, 티빙, 왓챠는 지난해 모두 역대급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넷플릭스와 견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제작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성과로 연결되지 않은 결과다.

웨이브는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12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티빙의 지난 3년 영업손실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이다. 왓챠도 작년에 영업손실 555억원을 기록해 국내 3대 OTT의 지난 한 해 영업손실 합계는 3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파괴력은 인터넷TV(IPTV) 내 주문형비디오(VOD) 등 유료 방송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2022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에 보면 IPTV VOD 매출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IPTV 유료 VOD 매출은 ▲2018년 6590억원 ▲2019년 6412억원 ▲2020년 6258억원 ▲2021년 5299억원을 기록했는데 독자적인 콘텐츠를 내세우는 글로벌 OTT에 비견할 콘텐츠 확보에 실패한 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국내 OTT에 기회 최대로"… 지원·규제 완화 '절실'

국내 OTT 콘텐츠 유통 활성화 업무협약식.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내 OTT 콘텐츠 유통 활성화 업무협약식.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업계는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와 유통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업계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국내 OTT에 기회를 주고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콘텐츠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한다. 잠재력 있는 인재가 산업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7900억원의 정책금융을 콘텐츠 산업에 투자해 만성적인 자금난 해결도 돕는다. 내년에는 이를 1조원으로 늘려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박 장관은 OTT 관련 지원과 규제 완화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월16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OTT 정책 지원은 지난해에 이어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OTT 관련 규제도 완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도입한 OTT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대표적인 OTT 규제 완화로 꼽힌다. 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등급 분류를 하는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해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 분류를 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영상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최근 국내OTT 콘텐츠 품질 강화 및 공공서비스 기반 구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지난 4월 열린 국내 OTT 콘텐츠 유통 활성화 업무협약식에서 웨이브, 티빙, 왓챠, LG유플러스와 글로벌 OTT 영향력 대응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조현래 콘진원 원장은 "기존 국내 우수 콘텐츠 IP를 재가공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