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 채무 위기 넘겼다...단기자금대출 상환 재연장

초신선 축·수산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이 지난달 말까지였던 단기자금대출 상환을 재연장했다. 정육각은 당장 급했던 채무 위기를 넘기면서, 지난해 인수한 초록마을과의 시너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채무 상환을 위한 추가 투자유치 방안을 모색한다.

정육각, 초록마을 로고.
정육각, 초록마을 로고.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만기였던 정육각이 신한캐피탈로부터 빌린 320억원의 단기자금대출 상환 재연장이 확정됐다. 정육각과 신한캐피탈은 연장된 대출 기한과 이자율 등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자금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며 대기업들조차 자금 융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에겐 생존이라는 화두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관점으로 이번 만기 연장은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과의 상생에 나선 사례로 평가된다.

대출 연장으로 정육각은 당장 급했던 채무 위기는 넘겼다. 정육각은 지난해 초 친환경 신선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 인수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신한캐피탈로부터 320억원 단기대출로 매웠다. 정육각은 대출 만기 전까지 추가 투자유치 등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아 대출 재연장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해 김포 본사를 담보로 제공한 정육각은 이번 재연장으로 본사 매각 또는 경매 같은 위기 상황 발생 우려를 일단 해소했다. 다만 최근 높은 대출금리는 회사 실적 개선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 위기를 넘은 정육각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구조 효율화와 정육각과 초록마을 시너지를 통해 적자구조를 최대한 빨리 탈피하고, 추가 투자를 유치해 대출자금 상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육각은 정보기술(IT), 데이터 역량과 제조,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초록마을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사업 분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빠른 손익분기점(BEP)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육각은 지난해 280명 규모였던 인력을 150명까지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며 '생존'을 위한 태세를 갖췄다.

정육각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록마을에 물류·IT 역량을 이식하고 있다. 다음달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애저로 시스템 교체가 완료되면 데이터 폭증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더 빠르고 고객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장 결정에는 재구매율이 높은 정육각 자체 사업모델과 업계 1위 초록마을에 대한 신뢰가 기저에 있었을 것”이라며 “생존을 위한 최소 요건은 갖춘 만큼 앞으로 정육각과 초록마을 시너지를 통한 흑자 전환 등 행보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