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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라는 '대체육'의 배신? "알고보니 탄소 배출 2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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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식량 부족을 극복하는 대안이자,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클린 미트’로 주목받던 대체육이 실제론 탄소 배출량 감축이 확인되지 않는 식품계의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기존 농업 시스템을 망친다며 규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체육은 콩·야채 등 식물을 가공해 고기 맛을 내는 ‘가짜 패티’와 동물에서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키우는 ‘재배육’으로 나뉜다. 이중 재배육은 실험실에서 동물 세포를 배양액 속에서 키운 뒤,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첨가하고 조미 등 가공을 거쳐 3D 프린팅으로 고기와 같은 모양과 질감을 구현한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패티가 마트 진열대에 올려져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푸드테크 기업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패티가 마트 진열대에 올려져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이탈리아 하원은 정부가 제출한 ‘대체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재배육의 생산·판매 및 수입·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법 위반 시 최대 6만 유로(약 8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과 농민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다국적 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기는 결과를 금지한 것”이라 설명했다. 대체육 개발을 기후 위기의 대안이자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수년간 국가 예산을 지원했던 영국·스페인·네덜란드 등과 상반된 입장이다.

지난 6월 미국은 싱가포르(2020년)에 이어 재배육 상업적 판매를 승인한 세계 두번째 나라가 됐다. 그런데 지난달 뎁 피셔 미 상원의원(공화당·네브래스카)은 재배육의 포장에 ‘모방’이라는 단어를 표시하라는 내용의 ‘진짜 고기법’을 발의했다. 피셔 의원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모방해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기만적 선전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은 자신이 먹는 저녁 식사 재료가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조리지아 멜로니 총리.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조리지아 멜로니 총리. AP=연합뉴스

'동물복지·기후위기 대안' 평가…빌 게이츠도 투자  

외신들은 이같은 규제 입법 노력이 최근 불거진 대체육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원래 대체육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로 개발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축산 농가는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운송 업계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치명적이다.

대체육 전환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리프프로젝트는 “육식 위주 식단의 1인당 하루 온실가스 배출량은 10.47㎏으로, 채식(2.47㎏)의 세 배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대체육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면서 “현재와 같은 (육식 위주) 식생활이 유지되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1℃ 가까이 오를 수 있다”며 “축산업은 최악의 기후 악당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추이, 국가별 대체육 시장 규모, 대체육 관심 원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2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추이, 국가별 대체육 시장 규모, 대체육 관심 원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2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

지지자들은 대체육이 윤리적이며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축산업을 통해 얻은 쇠고기보다 탄소를 최대 92% 적게 배출하고 토지 사용은 90%가 적다”(타임)는 게 골자다. “좁은 축사에 가축을 몰아넣는 기존 축산업은 동물의 질병 발생률을 높이지만 재배육은 동물 질병이나 항생제 사용이 없다”고도 지적한다. 이와 관련, 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은 보고서에서 “대체육이 기존 육류보다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식량 분야에 유망하고 혁신적인 대안”이라 펑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영화배우 리어나오 디캐프리오 등 유명인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대체육 산업은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 10월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영국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26년 10억 달러(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1년(7억1300만 달러, 9400억원) 대비 5년 만에 40.25% 팽창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선두 기업인 미국의 스타트업 비욘드미트은 한때 기업공개(IPO) 가치가 15억 달러(1조97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전체 매출은 4억480만 달러(5300억원)로 전년 대비 36.6% 증가했다.

대체육에 대한 관심 및 구입 이유, 동물성 고기와 식물성 고기의 탄소배출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2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

대체육에 대한 관심 및 구입 이유, 동물성 고기와 식물성 고기의 탄소배출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2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

회의론 고개… "과학적 검증 안돼, 가격도 비싸" 

뜨겁게 달아오르던 대체육 시장은 최근 매출 하락 등 부진에 빠졌다. 비욘드미트는 올해 2분기 순수익이 전년 대비 30.5% 감소한 1억210만 달러(13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지만 손실은 101% 늘어난 3억6610만 달러(4800억원)를 기록했다. 소규모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폐업을 하거나 대량 감원했다고 미국 유통매체 모던리테일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지구와 인체에 더 유익하다’는 업계 메시지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월 “대체육의 포장지에 표시된 성분 목록이 엄청나게 길다”면서 “소비자들은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놀라운 화학물질 리스트와 엄청나게 높은 포화지방·나트륨 수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푸드테크 기업 이트저스트의 실험실에서 한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재배육 배양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푸드테크 기업 이트저스트의 실험실에서 한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재배육 배양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고기 없이 고기의 맛과 식감,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첨가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학적으로 정제된 코코넛 오일과 팜유를 다량 투입해 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식의약용 화학첨가제인 메틸셀룰로스로 고기 특유의 씹는 느낌을, 유전자조작 콩에서 추출한 효모 추출물인 레그헤모글로빈으로 육즙까지 만들어낸다. 매체는 “일부 대체육 관련 기업이 첨가물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소비자들은 대체육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알레르기·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더 이상 건강식품이 아닌 초가공식품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국 식품마케팅연구소의 조사 결과, 2020년 소비자의 50%가 대체육을 건강식품으로 인식했지만, 최근엔 38%로 떨어졌다.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주장도 허구라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버클리대 대체육연구소 측은 BBC에 “축산업에서 얻는 일반 고기와 같은 양의 재배육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면서 “전기 에너지 사용을 고려하면, 재배육이 일반 고기보다 이산화탄소를 4~25배 더 배출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로벨 미 스탠퍼드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대체육 업계가 탄소 배출양 절감을 강조하면서 소고기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똑같이 축산 방식으로 생산하더라도 닭고기와 돼지고기의 탄소 배출양은 소고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환경적인 측면에선 전통적인 소고기를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대체하는 편이, 실험실에서 ‘가짜 치킨 너겟’을 만드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육은 가격도 비싸다. 미 비영리기구 굿푸드인스티튜트는 대체육의 평균 가격이 실제 고기보다 파운드당 67% 더 높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유보수 매체인 아메리칸컨서버티브는 “대체육을 식량 위기의 해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중산층마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에 상품을 출시하는 건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한 돼지공장에서 어미 돼지가 분만 케이지 안에 누워 새끼 돼지들에게 수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한 돼지공장에서 어미 돼지가 분만 케이지 안에 누워 새끼 돼지들에게 수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외신에 대체육으로 기후 위기와 식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으로 냉정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버클리대 대체육연구소 공동 소장 리카르도 산 마틴은 “이는 해당 업계의 희망사항일 뿐이며, 대체육이 친환경이라는 주장도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체육을 기후 위기의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만들려면 민간 부문이 아닌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체육 관련 스타트업인 이트저스트의 조시 테트릭 대표는 “이것은 화석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같다”면서 “합리적인 선에서 투자를 하는 민간 부문이 아닌 정부 차원의 장기 프로젝트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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