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에 뷰티 브랜드 센카의 ‘퍼펙트 휩’ 클렌징 크림을 진열해 둔 팝업스토어가 생겼습니다. 이 공간에는 센카의 클렌징 상품이 보기 좋게 진열돼있죠. 여느 팝업스토어와 다른 점이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팝업스토어에서 실제로 물건을 결제하려고 줄을 서 있는 장면을 보기 힘듭니다. 아예 주변 어디에도 계산대가 없습니다. QR코드가 담긴 배너만 덩그러니 세워져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이곳에 댔다가 떼기만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쿠팡의 구매 페이지가 뜹니다. 로켓배송이 적용된 이 상품은 100% 쿠팡에서만 살 수 있도록 꾸며졌죠. 오프라인 팝업 매장에 계산대가 없는 것도 놀라운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쿠팡의 구매 페이지는 왜 뜬걸까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역 인근에 있는 센카의 ‘퍼펙트 휩’ 팝업스토어. [사진 = 쿠팡]](https://pimg.mk.co.kr/news/cms/202305/30/news-p.v1.20230523.bf0ffc549ed441cb94db1bd262758a92_P1.jpg)
이달 29일까지 운영되는 센카 팝업매장은 쿠팡이 오프라인에 파고드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구매하려는 물건을 들고 매장을 둘러보는 대신, QR코드만 찍으면 쿠팡의 상품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겁니다. 오프라인서 직접 물건을 집어든 이들에게 할인 혜택도 주어지죠. 1만2000원에 판매되는 퍼펙트 휩 상품 패키지를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겁니다. 더구나, 이 제품은 ‘100% 로켓배송’으로 결제와 동시에 다음날에는 받아볼 수 있죠.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든다면 맞습니다. 아마존이 2018년부터 시작한 ‘아마존 고’ 오프라인 매장이 떠오르죠.
매장에 들어선 고객이 사고 싶은 물건을 담으면 아마존이 손에 어떤 제품을 들었는지 인식해 고객의 가상 장바구니에 담고, 센서와 카메라로 고객이 집어든 물건을 분간해냅니다. 쇼핑이 끝나고 체크아웃 레인을 통과하면 물건 값이 고객의 아마존 계정에서 자동으로 정산돼 빠져나갑니다. 계산대서 줄 설 필요도 없고, 그저 걸어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일정 기간동안만 운영되는 팝업형태가 아니라 상시 운영되던 아마존 고는 미국에서는 계속 문을 닫는 추세죠.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용률이 줄어들고, 누적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8곳이 문을 이미 닫긴했습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실험이 마냥 성공적이지만 않다는 것을 아는 쿠팡은 왜 굳이 오프라인 실험을 시도할까요? 결국 여전히 대부분 유통시장이 오프라인 기반이라는 점을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많아지더라도, 결국엔 내 눈으로 보고 상품을 테스트해본 뒤,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사기 위해 다시 온라인에서 물건을 검색한다는 것이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작 제품 구매는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구매한다’는 이 명제가 더는 일부 진상 고객들이 유난을 떠는 게 아닌 온라인이 더 편한 세대의 상품 구매 방법으로 통한다는 얘깁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이같은 문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그는 “여전히 대부분 유통시장은 오프라인 기반으로, 가격이 비싸며 제품 셀렉션이 제한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이 방문 가능한 1인당 오프라인 소매점 공간 규모는 미국과 비교해 10% 이하 수준”이라고 밝혔죠. 김 창업자는 이어 “쿠팡은 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셀렉션을 통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쿠팡 경험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설명일 겁니다.
대신 오프라인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서 ‘쿠팡 오프라인’으로 매장 이름을 다는 형태로 임대료와 인건비를 소모하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쿠팡서 판매중인 브랜드와 셀러들과 개별 접촉해 더 많은 팝업매장을, 더 자주 여는 형태로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갈겁니다. 계산대도 없고, 계산원도 없고, 서울 성수동처럼 핫한 공간에 핫한 브랜드의 제품만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빠른 로켓 배송은 기본이고요.

요즘에야 일반화된 유통의 기술로 보이지만, 여전히 브랜드를 모아서 오프라인에서 파는 형태에 그칩니다.
반면 2021년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신진 디자이너 의류 16개 브랜드를 ‘#16’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아둔 것은 쿠팡의 팝업스토어와 유사한 사례입니다. MZ세대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목표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엘앤에프’와 손잡았고, 하고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신진 디자이너의 의류, 가바 등 브랜드 16개를 골라 백화점에서 직접 착용해보게 한 것이죠. 백화점업계 최초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시킨 사례였습니다.
대신 구매는 기존 온라인에서 하던대로 하고 플랫폼에서 결제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곳은 오픈 한 달만에 매출 5억원을 올리면서 화제의 공간으로 떠올랐죠. 당시 하고의 홍정우 대표는 “소비자들이 한 곳 매장에서 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습니다. 홍 대표는 이어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주문 방식, 결제 시스템 등에 소비자가 만족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매장서 구매한 제품은 집으로 최대 3일이면 배송되니, 백화점에서도 쇼핑백을 양손에 쥐지 안혹도 편히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겁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잘 나간다는 상품을 오프라인에 모아 진열한다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오프라인은 눈으로 내가 물건을 직접 확인만 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는 것이고, 결제는 내가 가장 익숙한 온라인의 방식으로 끝내겠다는 것이죠. 왕창 쇼핑해도, 그 물건을 집으로 들고 가야되니 자차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야했던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을 겁니다. 고객이 오프라인 쇼핑 때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커머스가 파고드는 것이죠.
이게 어디까지 연결되느냐면, 종국에 오프라인이 살아남는 방법은 역시나 ‘체험형’ 밖에 없으니 그 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이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 먹을 수 있는 먹거리, 독특한 인테리어와 매장 구성으로 고객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어야 오프라인 중심의 회사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을 겁니다. 온라인이 일부 젊은 세대만의 방식을 넘어 5060에게도 보편화되는 이 시대에 오프라인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