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어떻게 할지 막막합니다"…ESG 의무공시 쟁점은?

[ESG 의무공시 연기 추진]②
1년만 의무공시 연기 vs 1년 연기론 부족
위반시 페널티 vs 2~3년 계도 기간 필요
모든 코스피 대상 vs 전부 다 적용은 무리
  • 등록 2023-10-05 오전 6:00:00

    수정 2023-10-05 오후 1:33:43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달 발표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의무공시 최종안을 놓고 정부와 기업 간 본격적인 신경전이 예상된다. 언제부터 시행할지, 계도 기간은 없는지, 어느 규모 기업까지 적용할지가 막판 쟁점이다. 기업현장 상황, 글로벌 추세를 고려해 ESG 의무공시 도입 속도와 범위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달 최종안 발표 앞두고…정부 vs 업계

4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ESG 공시제도 로드맵은 두 단계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7일에 ESG금융추진단 3차회의를 열어 전반적 방향을 발표한 뒤, 다음 달에 기획재정부 주관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자산 2조원 이상 자산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하는 ESG 의무공시를 2026년으로 1년 연기하는 내용 외에는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리는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는 기재부·금융위 등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기관이 참여해 ESG 의무공시 정책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협의회는 올해 분기마다 회의를 개최했는데 지난 3분기에는 회의를 열지 않았다. 협의회에 참석하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ESG 의무공시 연기에 대한 기업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앞으로 2달 내에 결정되는 최종안을 놓고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 안팎에선 3가지 쟁점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우선 ESG 의무공시를 얼마나 늦출 지다. 정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하는 ESG 의무공시를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반면 기업에서는 1년 연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기업현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부 전문기관 활용 없이 독자적으로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곳은 9.4%에 그쳤다.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자율공시를 일체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경우는 21%에 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상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으로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및 취합 어려움’(63.0%)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60.0%)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정보 공시(S1·S2) 관련 규정 등 로드맵 초안을 봐도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데, 위반할 경우엔 명확한 공시 페널티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업계 “충분한 유예 기간-간소한 기준 필요”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뒤 책임 면제 기간을 부여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상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56%는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책임 면제기간은 일정 기간 ESG 공시에 대한 기업의 페널티를 면제해주는 일종의 계도 기간이다.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에서는 사안별로 ‘적용 유보 조항’을 설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026년에 ESG 공시를 전반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우리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세부 항목에 대해선 유보 조치를 적용하는 ‘핀셋 조치’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1년 연기 외에는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이영훈 기자)
업계에서는 ‘공시 의무화 최종 대상’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를 도입하는 로드맵을 검토 중이다.

반면 중견·중소 상장사의 경우, ESG 의무공시 도입 실익이 얼마나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출 대기업은 ESG 의무공시를 해야겠지만, 오히려 중견·중소 상장사는 실익보다는 규제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에서는 특정한 기준이나 요건을 정해 대상 기업을 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협의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에만 ESG 특혜를 준다는 오해를 빚으면 해외 투자자들에게 안 좋은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시 로드맵’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공시가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유예 기간을 충분히 주고, 명확하고 간소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공시제도 로드맵=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 수준으로 공개하는 정부 정책이다. 지난 6월 발표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국제기준을 반영해 한국 기업에 적용된다. 적용 시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 등 비재무적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허위 공시를 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제재 조치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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