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회피’ 韓 통로삼는 중국… 배터리 등 공장 세워 우회 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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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對한국투자 1년새 4배로 늘어
전기전자-기계장비 등 분야 집중
법인 세워 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도
“우회 투자 늘면 韓도 美제재 리스크… 국가안보 위해 中자본 심사 강화를”

지난달 중국의 한 반도체 업체는 “한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돌연 한국 투자를 중단하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이 회사의 한국법인인 A사는 지난해 12월 중국군 현대화에 관여하는 등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의 140개 우려 기업 중 하나로 등재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국내 업계에서 A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의 한국지사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론 중국계 미국인이 창업해 상장시킨 중국 법인의 자회사로, 사실상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국내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 임원은 “미국 회사로 알았던 곳이 갑자기 중국군 관련 회사라며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르니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알려진 국내 거래처가 없어 안 그래도 한국에서 사업하는 목적이 뭘까 싶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A사가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반출하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강력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이 한국을 우회 수출입 통로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한국 투자가 1년 만에 약 4배로 증가한 데다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 미국 규제를 받는 첨단제조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1년 만에 4배로 늘어난 중국의 대한국 투자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한국 투자 신고 금액은 57억8593만 달러(약 8조3381억 원)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2023년 15억8049만 달러와 비교해 보면 단 1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의 분야에서 집중적인 투자에 나섰다. 전기·전자(19억7568만 달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기계 장비 및 의료정밀(8억1925만 달러) 분야 투자가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해외 수출 공급망에 참여하려는 목적으로 한국에서 직접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기업들이 미국과 수출입을 하면 한국에 중국의 ‘수출입 우회 국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미국 규제로 인해 중국이 직접 수입하기 어려운 첨단 제품과 장비를 반입하는 창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미 상무부 제재를 받은 A사의 경우가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은 앞서 동남아에서도 별도 법인을 세워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구매한 뒤 중국으로 보내는 방식을 취해 논란이 됐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레이시아가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미국, 일본, 네덜란드로부터 사들인 반도체 장비(HS코드 8486) 금액은 전년 대비 7800억 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반도체 장비도 비슷한 액수인 8400억 원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로 들어간 반도체 장비 상당수가 중국행 우회 수출일 것이란 의심이 제기됐던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규제가 시작된 이후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반도체 장비 우회 수입국으로 활용됐다”며 “최근 그런 ‘꼼수’가 알려지자 중국이 한국 등 다른 나라로도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대로 배터리, 태양광은 한국산으로 포장한 뒤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 양극재(배터리 핵심 소재) 업체인 B사는 최근 국내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며 한 기관에 입주 계약 서류를 제출했다. B사는 중국에서 한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재생에너지 기업 C사 역시 최근 한국 기관에 태양광 투자 의향서를 냈다. 2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셀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 쪽에 공장 건립 이유를 ‘해외 수출’로 밝혔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은 “미국과 유럽에선 한국산 태양광의 프리미엄 수요가 많은데 중국 업체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이 늘수록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가 희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차이나 리스크’ 방치하다 규제 대상될라

한국을 우회 수출입 통로로 활용하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날수록 한국 산업의 ‘차이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액수가 늘수록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태양광 패널에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부당 보조금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제품을 값싸게 생산한 뒤 미국에 수출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이 멕시코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 면제 종료 결정을 내린 것도 중국의 우회 수출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중국의 한국 우회 수출입 문제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효민 법무법인 세종 해외규제팀 변호사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수록 한국도 동남아처럼 미국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유럽연합(EU)처럼 외국인 투자를 받을 때 엄격하게 심사하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이나 리스크#대한국 투자#우회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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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2-26 08:29:23

    ㅎㅎ 미국에만 뜯겨야 된다는 말인데,, 왜 한쪽으로만 기우는지 알 수 없다.

  • 2025-02-26 10:37:32

    이거 문제가 해결이 되겠나? 가령 타이어 등 이런 우려의 투자, 인수 등이 여러 있었다. 하지만, 중국돈에 매수된 듯 한 정치인 등에 의해서 묻혀버린다. 이번 관세 관련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도 한국 정치인들은 눈을 감을 거임.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소중하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한국은 환율조작국에 중국의 위성국가로 취급당할 날이 오겠구나.

  • 2025-02-26 11:10:25

    중국의 한국투자는 경제침략의 단계, 다음에는 정치사회 침략, 그 다음에는 합병에 의한 식민지화 이다. 여기 중국의 계략에 놀아난 정치인들은 모두 국회로 추방해서 다시는 국내에 발을 못붙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중국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지금이라고 이실직고하고 스스로 정치계를 떠난 후, 시간을 줄테니 한국을 떠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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