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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vs 김혜자 vs 주현영’ 세기의 대결 ...치열해진 ‘편도락’ 삼국지

홍성용 기자
입력 : 
2023-05-01 14:48:49
수정 : 
2023-05-01 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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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편의점 도시락 열풍
2010년 정찬식 한끼 ‘김혜자도시락’
‘백종원도시락’ 판매량 4억개 앞둬
MZ노린 ‘주현영 비빔밥’도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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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에 위치한 GS리테일 도시락 납품업체 ‘후레쉬퍼스트’에서 도시락 생산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매경DB>

백종원이냐, 김혜자냐. 아니면 틈새를 파고들 주현영이냐. 편의점 도시락이 유명인을 등에 업고 ‘삼국지’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고물가 트렌드와 1인 가구의 가성비 한 끼로 편의점 도시락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이다. 매출 1조원을 달성했던 GS25의 ‘김혜자도시락’이 다시 돌아왔고, CU의 ‘백종원 도시락’은 올해 누적 판매량 4억 개를 앞두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주현영 도시락’으로 한달 반만에 350만 개를 팔면서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에서 도시락이 처음 출시된 때는 1990년대 초였다. 당시에는 편의점에서 큰 재미를 못 보는 일반 구색 상품이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경험하며 삼각김밥 등 편의점 먹거리 상품이 새벽에도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인기를 끌며 도시락 매출이 커진다.

다만 이때 도시락은 한가지 용기에 담긴 일본식 원플레이트류 도시락을 모방한 것이었다. 한국형 비빔밥이나 덮밥 위주였다. 컵라면과 비슷한 용기에 밥이 담겼다. 그 위에 따로 포장된 불고기, 낙지, 제육볶음, 야채 등이 있어 구매 후 섞어서 비벼 먹는 식이었다. 편의성은 높았지만, 품질이나 다양성이 일반 음식점에 미치지 못하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08년 상반기 고물가·고유가에 이어 하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점심값을 줄이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며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008년 편의점 도시락 상품 수는 10개 정도에 불과했다”며 “빠르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듬해인 2009년부터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큰 폭의 신장률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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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자 씨가 GS25 전용공장 후레쉬퍼스트에 방문해 ‘혜자로운집밥(김혜자도시락)’ 도시락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GS25>

가성비 좋은 상품 전반에 ‘혜자스러운’ ‘혜자로운’의 수식어를 붙이게 한 김혜자도시락이 2010년 GS25를 통해 출시됐다. 집에서 식사하는 듯한 정찬식 한 끼 콘셉트의 6찬 도시락으로 대박을 쳤다. 이후 다양한 반찬을 장점으로 내세운 도시락이 업계 전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식, 양식, 중식 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 도시락도 나왔다.

김혜자도시락은 2017년까지 40여종의 상품으로 출시되며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후 올해 2월부터 다시 ‘혜자로운집밥’ 시리즈로 김혜자도시락이 다시 출시됐다.

‘제육볶음도시락’, ‘오징어불고기도시락’, ‘너비아니닭강정도시락’, ‘에그함박도시락’ 4종은 두달 남짓 기간(2월15일~4월23일)동안 400만개 이상 팔리며 GS25의 도시락 카테고리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신장시켰다. 김혜자도시락 4종의 매출은 카스 맥주, 빙그레바나나우유, 서울우유 등을 모두 넘어 GS25가 판매하는 식품 전체 1위다.

GS25 관계자는 “출시 두 달이 넘었음에도 김혜자도시락은 발주량 대비 94% 이상 판매되며 사실상 완판을 매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델리카 등 김혜자도시락을 생산하는 GS25 협력업체들의 도시락 생산 물량이 지난해보다 40~60% 늘었다. 대·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 ESG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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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관계자가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CU>

CU의 백종원도시락은 2015년 첫선을 보이면서 김혜자도시락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 올해는 이 시리즈로만 누적 판매량 4억 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이미 누적 판매 3억5000만 개를 넘어섰다. 단일 브랜드 간편 식품으로는 업계 최장수와 최다 판매량을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CU 측은 “지난 7여년 동안 월 평균 판매량이 411만 개, 하루 평균 판매량은 13만 개에 달한다. 단순 누적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1000만 서울 시민이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백종원 간편식을 먹은 것과 같다”고 밝혔다.

백종원도시락은 출시 이듬해인 2016년과 2017년, 국내에 편의점이 생긴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이 전통 인기 상품인 소주, 맥주, 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매출 1위에 등극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CU 관계자는 “백종원도시락은 ‘편도족(편의점도시락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편의점 도시락의 전성기를 연 상징적인 제품”이라며 “백종원도시락 인기에 도시락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했다. 2016년은 전년 대비 3배 가량 퀀텀 점프했고, 지난해 24.6% 매출 신장률에 이어 올해도 37.2%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CU에서 출시된 백종원 간편식은 200여 개가 넘는다. 올해는 고물가에 맞춰 가성비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유사 가격대 도시락 대비 반찬 수를 평균 5~6가지에서 12가지까지 대폭 늘려 기존 상품들 대비 중량을 10% 가량, 최대 502g까지 늘렸다.

특히, 올해 출시한 ‘바싹 불고기 도시락’은 출시 1주 일만에 50만 개, ‘제육한판 도시락’은 출시 3주 만에 25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제육 한판 도시락은 CU 자체 앱인 포켓CU 예약구매 상품 매출 1위를 달리며 CU의 예약구매 도시락 판매량을 전년 대비 16배나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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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객이 세븐일레븐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한편, 세븐일레븐은 MZ세대 대표 아이콘 주현영을 도시락 모델로 내세워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처음 출시돼 한 달만에 250만개를 판매했다. 현재 주현영을 앞세운 ‘전주식비빔밥’, ‘제육쌈비빔밥’, ‘바싹불고기비빔밥’, ‘봄냉이비빔밥’을 출시했고, 오는 5월10일 창립35주년을 기념해 3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 비빔밥도 선보이는 등 올해 총 10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2015년 걸스데이 ‘혜리’를 모델로 선정한 ‘혜리 도시락’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8년에는 편의점 덕후인 가수 토니안, 2020년에는 집밥 명인 아이콘의 배우 김수미를 모델로 선정하며 연예인 마케팅을 이어갔다. 혜리도시락, 토니안도시락, 김수미도시락 등 총 40종의누적 판매량은 3억개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도시락이 런치플레이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며 “불황 장기화로 가계소비 여력이 줄어들수록 대안 아이템으로 인기를 계속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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