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그게 돈이 됩니까"···달라진 글로벌 정책 변화 안다면

연도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기업 수/그래픽=윤선정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련 글로벌 환경이 최근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출 산업 위주의 국내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증가하는 상장사 ESG 공시…"글로벌 투자자들, ESG 공시 강화가 기업가치 제고"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 중 지난해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율 공시한 기업수는 204개로 전년 161개사 대비 27% 증가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대규모법인들의 공시비율이 높았으며 제조업이 105개사로 가장 많이 공시했다. 뒤를 이어 금융·보험업이 44개였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해마다 자율 공시 참여 법인이 느는 추세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국내 제도 도입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정부는 ESG 공시 의무화 도입을 두고 기업들과 이견을 조율 중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가 2026년 이후 관련 공시 의무화를 제시한 상황이다. 인증 의무화도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제단체들은 2029년으로 의무화를 늦추고는 의견을 피력 중이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공시 강화가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비즈니스 데이터 솔루션 기업 워키바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임원의 88%가 강력한 ESG 보고 프로그램이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으며, 투자기관 임원의 91%는 비재무적 성과가 투자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ESG 규제는 다소 완화 흐름…"미 vs 유럽 정책 차이 고려한 전략적 대응 필요"수출 위주 기업들이 대다수인 국내 환경에서 이 같은 국내외 ESG 관련 환경 변화는 경영 성과와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주목된다.


자국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접촉이 많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초로 비상장 기업까지 포함한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근 확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체적으로 상장기업은 2025년부터 스코프 1·2를, 2026년부터는 스코프3까지 공시해야 한다. 비상장 대기업들도 2027년까지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스코프는 온실가스 배출원을 표시한 단위로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스코프 2는 간접적으로 방출된 탄소배출, 스코프 3은 스코프 2를 제외한 간접적인 탄소배출을 의미한다.

국내 주요 수출 루트인 유럽과 미국의 ESG 제도 변화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가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ESG 기조가 약해지면서 오히려 공시 의무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역시 규제 완화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만, 유럽은 ESG 공시 체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글로벌 표준화를 지속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이라는 점이 미국과 다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ESG 규제 완화 흐름을 비용 절감의 기회로 인식하기보다 미국과 유럽 정책 차이를 고려해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한투자증권 이정빈 연구원은 "유럽은 ESG 정보 제공 기본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현지 공시 체계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ESG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은 ESG 공시보다 기업의 실질적 재무 성과자 주주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