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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본이 열광하는 K서비스…미용·교육·업무 효율화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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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소프트파워가 역전됐다...日상 파고드는 K서비스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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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파워가 이제는 일본의 일상생활 속으로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 성형, 미용, 교육,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서비스가 일본 현지에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용 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는 일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강남언니는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은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가입한 서비스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2019년. 처음에는 “일본인 환자들이 강남언니 앱을 번역해 병원을 찾는다”는 한국 의사 피드백에 일본 환자들이 한국 병원을 찾는 ‘크로스보더(나라를 넘나드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3개월 만에 병원 상담 신청 건수가 매월 150% 상승하는 등 급성장했다. 이후 강남언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환자 입국이 불가능해지면서 현지화를 선택, 본격적으로 일본 내 성형외과와 피부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특히 2020년 8월 일본의 동종 2위 서비스였던 ‘루쿠모(Lucmo)’를 인수하며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코로나19가 점차 줄어든 2022년부터는 임시 중단했던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재개했다. 현재 강남언니는 일본 내 110만명의 고객과 1300여개의 병원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고객 서비스 후기 건수도 15만건에 이른다.

한국 도심 곳곳에서 간판을 볼 수 있는 준오헤어 역시 일본 미용 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출로 주목받는다. 2000년대 초반 한류 붐을 타고 일본에 진출한 준오헤어는 최근 일본 복합문화유통그룹인 컬처컨비니언스그룹(CCC)과 MOU 체결, 일본 쉐논헤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체결을 통해 현지 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준오헤어 관계자는 “일본 고객이 선호하는 세심한 스타일링과 한국의 미용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오사카와 후쿠오카에서 연간 5개 매장을 열 계획이며,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쇼핑몰 마루이와 후쿠오카, 오사카, 신주쿠 등에 입점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들려줬다.

교육 분야에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빛을 발하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 호두랩스는 닌텐도와 협업, 영어 교육 RPG 게임 ‘호두잉글리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그 덕에 현지에서 6만명 이상 회원을 확보했다. 2022년 일본 대표 에듀테크 행사인 ‘아시아 에듀테크 서밋(AES)’에서는 우수상(GOLD PRIZE)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그 덕에 일본 내 10여개 거점 사무실을 보유한 교육 기업 가쿠쇼(Gakusho)와 만나게 되면서 지금은 일본의 학교·학원 등 전통 교육기관에 호두랩스 프로그램을 이식하고 있다.

호두랩스 관계자는 “올해는 주력 상품인 호두잉글리시뿐 아니라, 생성형 AI 기반의 영어 말하기 솔루션 ‘톡트리’도 일본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일본에서 영어와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현장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업무 효율화 분야에서는 명함 관리 서비스로 유명한 ‘리멤버’가 일본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일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명함 교환이 중요한 문화적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일본을 첫 해외 진출 국가로 선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리멤버는 일본에서는 생소한 AI 기반 명함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약 150만명의 일본 회원을 확보했다. 현재 일본 법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용 명함관리(B2B) 솔루션을 일정 부분 유료로 제공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멤버 관계자는 “한국에서 쌓은 명함 관리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사용자가 뽑은 올해의 명함 관리 앱으로 5년 연속 만족도 1위에 뽑히기도 했다”고 들려줬다.

일본이 푹 빠진 건 K컬처

뷰티·패션 시장 ‘장악’

일본 도쿄 롯데면세점 긴자점 8층의 무신사관 전경. (무신사 제공)
일본 도쿄 롯데면세점 긴자점 8층의 무신사관 전경. (무신사 제공)

바야흐로 ‘K컬처’의 황금기다. 일본에서 역시 뷰티, 패션, 게임, 웹툰 등 다양한 K컬처 콘텐츠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간 일본이 K컬처 콘텐츠를 한국을 이해해가는 문화 수용 수준으로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한류를 일본 사회 속의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문화 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K뷰티는 일본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티르티르, 마녀공장, 롬앤, 브이티코스메틱, 미샤 등이 코로나19 시절 일본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후 아누아, 어뮤즈, 루나, 조선미녀 등 2세대 K뷰티가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형국이다. K뷰티를 온라인으로 적극 소개했던 이베이재팬(서비스명 큐텐재팬)은 순식간에 업계 3위권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그러자 라쿠텐, 야후재팬, 조조타운 등 현지 플랫폼의 K뷰티 입점 전쟁이 일어났고 엣코스메, 돈키호테, 편의점그룹 등 오프라인 매장 역시 이 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미츠코시백화점 역시 K뷰티 팝업 매장을 연 뒤 그 영향력을 확인, 최근에는 K뷰티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K패션 바람 역시 만만찮다. 이미 마르디메크르디, 마뗑킴, 이미스, 안다르, 젝시믹스, 아더에러, 디스이즈네버댓, 키르시, 바잘 등은 현지 매장 혹은 자사몰을 내고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유통사의 직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대표적인 예다. 무신사는 최근 일본 도쿄 긴자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일본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긴자는 일본 패션의 중심지로,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의 토종 브랜드들이 밀집한 곳이다. 무신사가 해외에서 팝업스토어가 아닌 상설 매장을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내 무신사 인기는 상당하다. 무신사 일본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은 지난 7월 150% 달성 이후, 8월 120%, 9월 100% 등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최근 롯데면세점 긴자점에 새롭게 문을 연 무신사관에 한국 패션 브랜드를 찾는 일본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려줬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 시부야점에서 운영한 노이스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 시부야점에서 운영한 노이스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제공)

무신사뿐 아니라 백화점업계도 일본 시장에서 K패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2월 15일까지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 시부야점에서 ‘2차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진행 중이다. 앞서 5~7월 진행한 1차 팝업의 경우 2개월간 3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목표 매출의 150%를 달성했다. 역대 파르코백화점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에서 K콘텐츠가 잘되는 요인 중 하나는 한국 문화에 대한 팬덤 덕분”이라며 “초기에는 한국의 노래, 영화 등 문화적인 콘텐츠 위주로 인기를 끌었다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코스메틱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패션까지 넘어온 상태”라고 들려줬다.

신세계백화점은 K패션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구 K패션82)’를 통해 일본 진출에 나선다.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가 14개 국내 패션 브랜드와 함께하는 이번 팝업은 한큐 우메다 본점 3층에서 연말까지 이어진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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