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회사 임원진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인선 작업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권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란 후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중 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세 곳이 올해 신규 사외이사로 여성 후보를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4일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송성주 고려대학교 교수(통계학과)를 추천했다. 재선임 추천된 윤재원 이사와 김조설 이사에 더해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3명으로 늘어 30% 비중이 됐다.
하나금융도 지난달 신임 사외이사 후보 중 한명으로 윤심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을 추천했다. 선임이 확정될 경우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수는 8명에서 9명으로, 여성 사외이사 수는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기존 등기이사 중에서는 원숙연 이사가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첫 여성 등기이사였던 송수영 이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대신 박선영 동국대학교 교수(경제학과)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교수(언론정보학과)를 신임 이사로 내정했다. 여성 사외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며 기존 6명이던 이사회 규모를 7명으로 확대했다.
KB금융은 기존 여성 사외이사인 권선주 이사를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여성 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KB금융의 여성 등기이사는 전체 7명 중 3명으로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비율이 높다.
현재 등기이사 7명 중 여성이 2명인 NH농협금융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구성할 예정이다.
3대 지방금융지주 중 하나인 JB금융지주 역시 지난 5일 이사회 인원을 7명에서 9명으로 증원하며 여성인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이사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선임이 확정될 경우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은 2명(22%)으로 늘어난다.
금융지주사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네 번째 여성 행장이 등장하는 등, 여풍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토스뱅크는 이은미 전 DGB대구은행 상무를 새 대표로 내정한 바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여성 임원 기용에 나서는 것은 당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대다수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은행권의 성별 다양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여성 이사 비중이 30~50%대에 달한다”며 사외이사 구성 변화를 요구했다.
각 금융지주와 은행은 주주총회 직전인 이달 중순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른 이행 계획을 수립해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