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해고됐다가 닷새 만에 오픈AI CEO에 복귀한 샘 올트먼. / 사진=EPA
지난달 17일 해고됐다가 닷새 만에 오픈AI CEO에 복귀한 샘 올트먼. / 사진=EPA
‘5일 천하’로 끝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 전모가 일부 드러난 것일까요. 오픈AI가 올트먼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에서 5100만달러(약 666억원) 상당의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해 상충 논란이 일 만한 대목입니다.

챗GPT 개발로 유명한 오픈AI가 갑작스럽게 올트먼 해고를 발표한 것은 지난달 17일. 그러자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트먼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죠. 여기에 오픈AI 직원들도 함께 MS로 이직하겠다며 들고 일어나 올트먼은 닷새 만인 같은 달 22일 CEO 자리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5일 천하' 촉발한 것은 "AI 위험성에 대한 견해차" 관측

실리콘밸리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태의 ‘사유’에 대해선 정작 해고를 주도한 이사진도, 올트먼 자신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 해고 당시 “(올트먼이) 이사회와의 소통에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만 말했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오른쪽)는 당시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축출된 올트먼이 MS에 합류한다고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밝혔다. / 사진=AP
사티아 나델라 MS CEO(오른쪽)는 당시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축출된 올트먼이 MS에 합류한다고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밝혔다. / 사진=AP
쉽사리 납득할 만한 구체적 설명이 아닌 탓에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올트먼 축출 파문의 진짜 원인은 AI 개발 철학과 방향성에 대한 입장차 때문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습니다.

올트먼 해고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일리야 수츠케버 전 이사는 AI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왔습니다. 수츠케버의 스승인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도 지난 5월 구글을 그만두며 “AI 발전으로 인한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고요. 반면 사업가적 면모가 짙은 올트먼은 AI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다소 과장됐다는 견해를 내비쳤죠.

AI를 바라보는 양측의 ‘간극’이 이번 사태로 불거졌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오픈AI 글로벌(영리법인 자회사)은 비영리조직 이사회에 의해 통제된다”고 명시한 지배구조에 따라 MS는 11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오픈AI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했어요. 결과적으로 5일 천하에 그쳤지만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을 전격 축출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CEO 개인적 투자 스타트업서 '대량 구매'…찜찜한 뒷맛

해고된 올트먼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오픈AI 본사에서 방문자용 출입증을 들어보이는 모습. / 출처=올트먼 X(옛 트위터)
해고된 올트먼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오픈AI 본사에서 방문자용 출입증을 들어보이는 모습. / 출처=올트먼 X(옛 트위터)
그런데 4일(현지시간) 양측 모두 입을 다물었던 올트먼 해고 사태의 정황이 일부 나왔습니다. 현지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2019년 AI 스타트업 ‘레인AI’가 개발 중인 AI 칩을 5100만달러어치 구매할 것이란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AI 칩 선제적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스타트업은 올트먼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곳이란 게 문제가 됐습니다. 앞서 올트먼은 레인AI에 100만달러(13억600만원)를 투자했습니다. 오픈AI의 CEO 역할과 이해 상충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와이어드는 지적했습니다.

올트먼의 깜짝 해고에는 이처럼 문제 소지가 있는 이해관계가 얽힌 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해고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오픈AI와 레인AI 간 AI 칩 구매 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당시 이사회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니까요.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당시 오픈AI 이사회가 콕 집어 한 가지 이유로만 올트먼을 해고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내부에서 가치관 차이가 있었고, 오픈AI의 영리성 등 방향에 대한 이견이 누적돼 갈등이 표면화됐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