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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 떨어져도 정부는 '상저하고' 자신…관건은 '회복 폭'

KDI, 韓성장률 1.8→15%로 하향…국내외 기관 연이어 하향 조정
정부 "상저하고 전망 유효해"…"현재로선 경기회복 신호 안 보여"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2023-05-15 05:50 송고 | 2023-05-15 08:46 최종수정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운반차량이 움직이고 있다. 2023.4.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운반차량이 움직이고 있다. 2023.4.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경기가 하반기 회복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1%대 초반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인데,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다면 국민들이 회복 신호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관들은 5~6월 중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한국은행은 이달 25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말쯤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전망에선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직전 발표 대비 0.1%포인트(p) 내린 1.6%로 제시했다. 기재부도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챙방향' 발표 당시 올해 성장률을 한은과 동일한 1.6%로 내다봤다.      

그러나 반도체 중심의 수출 부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으로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들 기관이 성장 전망치를 더욱 낮출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늦어지는 영향 때문"이라며 하향 조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주요 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2023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당초 1.8%에서 1.5%로 0.3%p 내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보다 더 낮은 1.3%(직전 발표에선 1.7%) 성장을 전망했다.

해외 기관들의 관측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7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우리 성장률을 2.1%(7월), 2.0%(10월), 1.7%(올해 1월), 1.5%(4월) 등으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직전 발표(1.8%) 대비 0.2%p 내린 1.6% 성장을 점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일 이전 전망치(1.4%)보다 0.3%p 낮춘 1.1%로 수정했는데, 이는 주요 기관의 우리나라 성장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1일 열린 브리핑에서 "반도체나 중국 경기 회복이 저희 생각과 다르게 간다면 당연히 1.5%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를테면 반도체 경기가 저희의 가정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등인데 안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1.5%가 아니라 1%대 초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추가 하향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5% 감소한 6402억원을 기록했다. 2023.4.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5% 감소한 6402억원을 기록했다. 2023.4.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국내외 기관들이 잇달아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상저하고' 전망에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2일 열린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브리핑에서 향후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상저하고'에 대해서는 기관 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인식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 기업의 재고도 2~3분기 갈수록 낮아질 것이고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상저하고의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상저하고'를 자신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하반기 경기 회복 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고'가 의미하는 경기 회복을 경기 호황으로의 전환으로 볼 것인지, 경기둔화가 심화되지 않은 정도로 볼 것인지에 따라 '상저하고'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반기 우리 경제는 경기 회복이 얼마나 가파른 폭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저하고'로 볼만한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인데 이를 타개할 만한 해법이 현재로서는 안 보인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상반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으니까 하반기에 회복된다 하더라도 부진이 악화하진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며 "1%대 초반 성장률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만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적절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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