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빚 못갚는 '좀비기업' 빌린 돈 54조… '부실폭탄' 초읽기 [위기의 한계기업]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9 18:37

수정 2023.10.09 18:37

2019년 말 34조서 20조 늘어
고금리·경기침체에 대출 의존
회생 어려워 금융건전성 위협
빚 못갚는 '좀비기업' 빌린 돈 54조… '부실폭탄' 초읽기 [위기의 한계기업]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에 은행이 빌려준 돈이 3년8개월 만에 2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자 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의존한 결과다. 한계기업 대출액이 연간 5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금융사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계기업 대출 매년 5조원씩 늘어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과 주요 국책은행(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지난 8월 말까지 한계기업에 대출한 금액은 5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말(34조2000억원) 대비 3년8개월 만에 20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때 한계기업은 해당 연도를 포함한 3개 연도의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던 기업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1보다 낮을 경우 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한계기업 대출액은 최근 3년간 크게 불어나는 추세다. 주요 은행이 한계기업에 빌려준 돈은 지난 2020년 말에 전년 대비 7조4000억원 늘어나며 40조원을 상회한 이후 2021년 말과 2022년 말 전년 대비 각각 4조9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같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이 최근 은행 문을 더 자주 두드리는 이유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회사채·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회사채를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아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초우량채인 은행채가 순발행 추세를 이어가고 한도규제도 폐지되면서 일반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기존속 한계기업 회복 10% 미만

한계기업 대출액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건전성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계기업은 분석대상 외감기업(2만5135개)의 15.5%(3903)를 차지, 전년(14.9%)보다 비중이 커졌다. 5년 이상 연속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도 903개에 달하며,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금융기관 차입금만 50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재기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신규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 중 22.6%가 지난해에 이자보상배율을 1 이상으로 회복한 반면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9%만 회복되는 데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고환율에 한계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영업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대출액이 늘어났다"며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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