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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필사 모임 참가자들이 손글씨로 필사한 글귀를 채팅방에 공유하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
#개발자 최모씨(26)는 최근 '글쓰기 모임'을 통해 책 한 권을 제작했다. 출판 경험을 다수 보유한 모임장을 필두로 한 모임원 10여명이 2개월 동안 쓴 글을 모아 독립출판물을 출간했다. 최씨는 4회의 오프라인 모임과 출판비용을 포함해 15만원의 수강료를 지불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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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020년~2024년도 교보문고 Z세대 필사 도서 판매추이, Z세대 필기구 판매추이. /사진=교보문고 제공. |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텍스트힙(텍스트+힙, 독서하는 게 멋지다는 의미의 신조어) 열풍'이 '글쓰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Z세대의 지난해 필사책 구매량은 2023년 대비 693% 상승했다. 문해력 기반의 필사책 뿐만 아니라 가사필사집, 헌법 필사책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필사책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후에는 헌법 필사책이 예약판매로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책 '헌법 필사' 판매량은 계엄 전주(11월27일~12월3일)에 비해 계엄 직후(12월4일~12월10일) 183% 증가했다. 필사책 인기와 더불어 문구류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필기류 판매는 전년대비 10.9% 증가했다.
실제로 필사책을 구매해 '필사 인증' 모임에 참여 중인 이모씨(26)는 "과시용 SNS나 쇼츠 등 진정성 없이 소비되는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꼈다"며 "매일 한 문장을 손글씨로 적어 모임원들과 공유하면서 진정 어린 소통을 나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글쓰기 모임 유행... 관련 플랫폼 성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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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플랫폼 '넷플연가'에서 시 쓰기, 시나리오 쓰기 등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모임에 가입할 수 있다. /사진='넷플연가' 홈페이지 갈무리. |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필사와 독립출판 모임 등을 통해 창작글을 쓰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나 '넷플연가' 등에서는 글쓰기 모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에세이부터 독립출판, 연극 각본, 비즈니스 라이팅 등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글쓰기를 포함한 독서 모임이 1500개 이상에 달하는 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의 누적 회원수는 지난해 기준 11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넷플연가에서 글쓰기 모임에 참여 중인 신모씨(28)는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모임원들의 경험과 생각이 다 달라서 재밌다"며 "글쓰기 수업을 통해 내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을 배우고, 또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담, 양다솔, 하미나 등 젊은 작가들이 진행하는 글방 수업도 인기다. 이들은 SNS에서 구글 폼 등을 이용해 글방 수강자를 모집한다. 한주에 한편씩 글을 합평하는 시간을 갖고, 4번의 수업 중 1번을 제외하고는 온라인으로 진행돼서 부담도 적다. 이들 모임은 1회당 3만원 이상의 가격대에도 모집 공지가 올라오는 즉시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MZ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라며 "자신만의 손글씨를 보여주는 필사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글쓰기 행위가 이들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