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병력 늘린 이스라엘 > 수송용 장갑차(APC)에 올라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가자지구 진입 병력을 늘렸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 가자지구 병력 늘린 이스라엘 > 수송용 장갑차(APC)에 올라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가자지구 진입 병력을 늘렸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진정되는 듯하던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반세기 만에 ‘오일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통화긴축 정책을 마무리하려던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새로운 오일쇼크 오나

확전 조짐에 유가 출렁…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빠지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지난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 상승한 배럴당 85.5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2.9%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까지 각각 6.2%, 4.6%가량 하락했다. 25일부터 이스라엘이 매일 밤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확전 조짐이 보이자 27일 크게 반등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국제 유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의 개입 여부다. 자칫하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 있어서다. 시릴 비더쇼벤 힐타워리소스어드바이저 수석연구원은 28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11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이번 전쟁이 이란이 연관된 갈등으로 격화하면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뛰고, 이란이 세계 핵심 원유 운송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가 두 자릿수 치솟을 수도

이번 분쟁이 새로운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하마스의 공습 초기만 해도 1970년대에 발생한 1·2차 오일쇼크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사태가 악화하면서 비관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4일 ‘2023 세계 에너지 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도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 여파로 생겨났을 만큼 당시 중동전쟁이 세계 경제에 준 충격은 컸다.

국제 유가 상승은 그동안 물가를 진정시켜온 중앙은행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메그나드 데사이 런던정치경제대 명예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약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증시는 상대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21.27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과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7일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1.1%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006.37달러에 거래됐다. 금 현물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선 건 올해 5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UBS글로벌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