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에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38억8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제재 발표는 ‘콜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2023년 부과한 과징금 271억원을 전액 취소하라며 카카오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의 지난 22일 판결 이후 엿새 만에 나왔다.

지난 2021년부터 공정위와 카카오는 조사와 제재,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힘겨루기를 반복해 왔다. 이번 제재를 포함해 지난 5년간 공정위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그룹 계열사에 부과한 제재 조치는 11건이다. 기업들이 잦은 조사와 제재, 행정소송으로 신음하는 동안 로펌들만 수백억 원 규모의 자문·수임료를 챙기고, 그 혜택의 일부는 로펌들이 영입한 공정위 전직 관료들에게 돌아가는 ‘변종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카카오가 5년간 소송과 법률 자문 비용으로만 500억원가량 지출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반복되는 조사·제재·취소 소송

이날 공정위는 ‘카카오 T 블루’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케이엠솔루션이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하지 않은 손님을 태운 택시에도 배차 플랫폼 수수료인 가맹금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금은 배차 플랫폼 이용료를 포함해 차량 관리 프로그램 이용료, 홍보 마케팅비 등이 모두 포함된 비용”이라며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행정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21년 카카오 T 블루에 승객 호출(콜)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했고, 2023년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은 증거 불충분으로 과징금 전액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경쟁사 콜 차단’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부과한 과징금 151억원도 2심 판단을 앞두고 있다.

◇“공정위 OB들만 득 본다”

공정위 제재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적잖다. 지난해 대법원은 공정위가 SPC그룹에 부과한 647억원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쿠팡에 대한 32억9000만원 과징금에도 지난해 취소 선고가 내려졌다. 이처럼 공정위 제재가 뒤집힌 비율이 지난해 18% 정도다. 기업들은 소송에서 이겨도 막대한 법률 비용과 기업 이미지 실추 등 손해가 불가피하다. 반면 잦은 조사와 제재, 소송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공정위 출신이 주축이 된 로펌 공정거래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콜 몰아주기’ 사건과 이번 가맹금 사건의 법률 자문을 모두 맡은 김앤장에는 서동원 전 부위원장 등 공정위 출신 30여 명이 포진해 있다. 다음 달 초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위원장을 지낸 김재신 전 차관이 합류할 예정이다. 조사가 시작되면 로펌은 변호사들과 공정위 출신들로 구성된 대응팀을 꾸린다.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은 2017년부터 공정위가 현직 관료와 기업인들의 접촉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도리어 기업들의 로펌 의존도가 커지고 공정위 출신들의 몸값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2명에 그쳤던 퇴직자의 로펌 취업은 2021년 3명, 2023년 12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에도 10명이 김앤장과 태평양 등에 둥지를 틀었다.

기업들이 공정위 출신을 직접 영입하기도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모회사인 카카오도 콜 몰아주기 조사가 한창이던 2022년 초 공정위 서기관 출신을 공정거래 이슈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공정위가 국내 기업에 강하게 처분을 내리고, 전직 공정위 출신들이 대형 로펌에서 이를 방어하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며 “공정위의 제재가 전관들의 수익과 역할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