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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단독] 카카오 AI조직 합쳐 서비스 최적화 속도

고민서 기자
이상덕 기자
입력 : 
2024-04-07 17:54:23
수정 : 
2024-04-07 19: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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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브레인 흡수·합병
막대한 AI 개발비 부담에
자체 '코GPT' 집착 않고
외부 모델도 적극 활용해
카톡 연결 등 서비스 강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한국형 AI생태계 구축 집중
사진설명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본사로 흡수·합병하기로 한 것은 AI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AI 원천 모델을 개발하는 데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자본력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카카오 수뇌부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카카오는 자체 모델은 물론 외부 모델을 적극 활용해 비용에 최적화된 버티컬 AI 서비스를 강화하며 자사만의 AI 성공 방정식을 수립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측은 7일 "카카오와 카카오브레인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이사회 의결 과정 등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동안 업계에서 카카오의 AI 전략과 관련해 가장 관심이 컸던 것은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코GPT2.0이 언제 출시되느냐'였다. 당초 카카오브레인은 코GPT2.0을 지난해에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차례 발표를 미뤘다. 이런 조직을 본사로 흡수하면서 자체 모델 경쟁력에 무게 중심을 두기보다는 다양한 모델을 활용한 AI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언어모델 등이 경쟁적으로 공개되는 시점에서 그중 하나로 카카오 모델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과연 회사에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내부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카카오톡 등 카카오 본연의 가치인 대국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회사에도 실질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맞는다고 (수뇌부 차원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최근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린다고 공언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카카오는 이 AI 조직 산하에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 조직을 만들어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할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진에 힘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AI전략최고위협의회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어모델 규모에 집중하기보다는 AI 기반 서비스에 주력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코GPT2.0 발표 시점과 관련해 정 대표는 "(언제) 모델을 공개할지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미 출시된) AI 모델이 많기 때문에 카카오는 서비스 중심으로 (전략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AI 대중화 시대를 맞아 신규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는 등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많은 업체가 오픈AI의 챗GPT와 비슷한 생성형 AI를 제작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진력하고 있다. 이에 업계 선두 주자인 오픈AI는 이달 들어 챗GPT를 로그인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접근성을 한층 높였다. 챗GPT 이용자가 2023년 5월 18억명을 찍은 뒤 성장세가 둔화되자 문턱을 낮추는 방법으로 경쟁사를 견제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무조건 카카오브레인 자체 모델만 고집하지 않는다"면서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균형 잡힌 AI를 카카오톡 등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는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기본적으로 네이버의 기술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 주도하에 자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에 기반한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그 대신 네이버 본사 차원에선 검색부터 쇼핑, 커뮤니티 등 네이버 기술 전 영역에 AI를 입히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그동안 독자적으로 운영해오던 사내독립기업(Company In Company·CIC) 5곳을 모두 본사로 흡수하고,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했다. 또 12개 전문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프로덕트&플랫폼 △비즈니스&서비스 △콘텐츠 등 3개 파트로 구분 지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개발과 설계 중심의 '프로덕트&플랫폼' 조직을 6개 설립하고 주요 개발 리더들을 조직장에 배치했다.

이들 6곳의 조직장은 올해 초 영입된 김범준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논의하며 개발 관련 자원을 유연하게 조율할 전망이다. 김 COO에게 힘을 실어줘 데이터와 자원이 중복 사용되는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을 방지하고 AI 중심 서비스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포석이다. 최수연 최고경영자(CEO)가 총괄하는 비즈니스&서비스, 콘텐츠 관련 전문 조직의 조직장은 기존 CIC 대표들이 주로 맡았다.

[고민서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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