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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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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당신은 왜 기부하는가? 2024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부 동기를 묻는 질문에 ‘시민으로서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서’가 전체 응답자의 32.1%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고, 그다음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28.1%)’,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해서(20.9%)’가 뒤를 이었다. ‘세제 혜택을 위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은 7.5%에 그쳤다. 특히 ‘시민의 사회적 책임’이 기부의 전통적 이유인 ‘자선과 시혜’의 관점을 넘어서는 수치라는 점은 현재 한국사회의 수준 높은 기부문화와 시민들의 인식 수준을 잘 나타낸다. 이렇게 모인 시민들의 기부금은 다양한 공익활동에 사용되며 한국사회의 차별과 불평등, 빈곤과 소외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럼에도 한국사회 문제는 여전하다. 체류자격 때문에 건강권에 위협을 받는 이주 배경 아동은 약 4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도 약 600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자립 전에 부모나 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영케어러’ 역시 약 30만명까지 추산되며, 많은 지원과 정책이 확대된 자립준비청년들도 연평균 2천명을 웃도는 상태다. 홀로 양육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가정 역시 약 1500가구에 이른다. 이들이 처한 문제의 배경과 원인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소득의 기회에서 배제된 이들이 자본소득 기회에서도 배제되어 부의 불평등이 가속화된다”는 말처럼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계급 차별과 이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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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실주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빈민 계층에서 학대받으며 살았던 주인공 ‘핍’이 불명의 후원가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으며 신흥 자본가(신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핍은 자신에게 유산을 상속한 후원자가 돈 많은 자본가가 아닌, 과거 자신이 단 한번의 환대를 베풀었던 늙은 죄수라는 사실에 충격에 빠진다. 또 신사 계급이 되려고 발버둥 치며 빈민, 노동자계급을 무시했던 핍에게 깊은 성찰을 안긴다. 늙은 죄수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편안하게 살도록 난 고생을 했고 네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난 열심히 일했단다. (중략)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오직 네가 목숨을 구해 준 그 쫓기는 똥개 같은 놈이 크게 성공해서 신사를 길러낼 수 있었단 사실을 그리고 핍, 바로 네가 그 신사란 사실을 너한테 알려주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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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영리 환경이 변화하며 사회적 가치, 임팩트 창출 등 다양한 수식어가 등장하고 사업도 다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경제 불평등 속에 많은 이들이 여전히 기본적인 권리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런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기부금이 공익활동에 쓰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할 수 있는 적극적 행동이 바로 기부를 통한 자본의 이동이다.

아름다운재단 1호 기금 출연자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군자 할머니는 평생 모은 전 재산 1억원을 기부했다. 할머니는 “경제적인 이유로 공부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김군자할머니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보육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의 장학금이 되었고 24년이 지난 지금도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해의 사업을 마무리하는 12월, 재단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청년들의 후기가 도착했다. “돈이 부족해 요리 도구 사는 것을 걱정했는데 장학금을 받으며 내 손에 맞는 도구를 구입하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어요.”, “재단 지원 덕분에 경제적 고민을 덜고 더 많은 연대와 나눔을 고민할 수 있게 됐어요.” 사업 현장에서 우리의 기부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증거가 울려 퍼진다. 이러한 변화가 하나의 공명(共鳴)이 되어 더 큰 변화로 이어지고,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물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