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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망했네요” 인구절벽…국회 인구특위는 8개월간 4번만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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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별委 ‘유명무실’

국가 명운 달린 사회 과제 맡았으나
제대로 회의 못 하고 종료 비일비재

총선 반년 남아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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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진 = 연합뉴스]

국회에는 17개 상임위원회와 별개로 국가적 현안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설치된 ‘특별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이들 특위가 유명무실한 활동으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연금·인구·기후 등 국가 명운이 달린 과제부터 선거구 획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까지 다루고 있으나 의원들이 다른 일정에 밀려 제대로 활동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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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 설치된 특위는 7개다. 이중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를 제외하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인구위기특별위원회(인구특위),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첨단산업특위),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등이 사실상 중요한 현안을 다루는 곳들이다.

이중 연금특위는 지난해 7월 구성된 이래 지속적으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왔다.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 개혁 문제, 연금지급 시작연령 조정 등 핵심적인 문제에서 전혀 공감대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특위는 이달 말 종료되는 활동 기한을 내년 5월 말로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말까지였던 활동기한을 ‘한국형 노후소득보장 그랜드 플랜’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10월말로 6개월 연장했으나 재차 연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지고 난 뒤 결국 차기 국회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인구특위는 올해 2월 출범했으나 이번 달까지 8개월 동안 국무위원 업무 보고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네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해당 부처 장관들이 다른 긴급 현안이 있다는 핑계로 무더기 불참한 탓이다. 지난 4월 이후 일정을 잡지 못하다 지난 5일 반 년 만에 가까스로 회의를 열었으나 이달 말이 활동기한인 만큼 아무런 결론 없이 이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최악의 경우 0.6명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데 국회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24년 및 중기 경제전망’도 향후 국내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예정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고, 내년에는 2.0%로 2%대에 턱걸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 하락으로 총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합계출산율은 2027년에는 0.6명대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잠재성장률 역시 향후 5년간 전반적으로 하락해 2025~2027년에는 2.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예정처는 올해 대규모 세수결손이 세출에도 영향을 줘 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선거구 수, 시·도별 의원정수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안 제출 법정시한(3월 10일)을 9개월이나 넘겼음에도 감감 무소식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 시한을 국회가 스스로 어긴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17대 총선 이후 매 총선마다 선거구가 확정된 시점은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렇다 보니 유권자가 후보자 정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선거 출마자가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등 참정권 침해가 반복돼 왔다.

특히 이번 총선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은 위성정당 문제나 비례대표제 등 굵직한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대로라면 선거구 획정이 또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원내대표가 급작스럽게 바뀌면서 양당간 협의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10월 말까지 결론을 내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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