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챗GPT가 쓴 소설도 저작권 인정?… 정부, 9월 디지털 권리장전 마련

입력 : 2023-05-03 06:00:00 수정 : 2023-05-02 23:57: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저작권·정보보호·세금 … ‘AI·로봇시대 규범’ 기준 세운다

2022년 尹 ‘뉴욕선언’ 구상 후속조치
개인·기업, 주체별 권리·책임 규정
자율주행 사고 책임 등 논의 가능

8월 공론장 열어 국민 의견 수렴
향후 G20 등서 규범 논의도 주도

힌턴 교수 “자유로운 비판 위해” 사표
“지식 압도, 추론 능력도 곧 개선
머잖아 고용시장서 인간 대체
일생 바친 AI 연구 후회될 때도
구글·MS 등 글로벌 규제 필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쓴 소설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할까.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의류 판매 등 경제활동을 해서 번 돈에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정부가 AI 시대를 반영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9월에 마련한다.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으로 사회·경제·문화 전반이 변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쟁점들을 다룰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디지털 대응 과제들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을 발표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뉴욕 구상과 올해 1월 다보스포럼, 이번 미국 국빈 방문 시 하버드대 연설의 후속 조치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맞춰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정부는 AI나 로봇이 일상이 되는 현 상황을 ‘디지털 심화’ 시대라고 정의했다. 2000년대 초 정보화 혁명으로 PC와 인터넷이 보급됐으나 법과 제도가 없어 온라인 신원확인이나 물건 구매 등이 불가능했던 것처럼, 디지털 심화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시 명확한 규범이 없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다양한 쟁점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질서 기본방향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9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 뉴욕선언 1주년을 시기로 잡았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디지털 심화의 비전·목표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 △시민, 기업, 정부 등 주체별 권리와 책임 △디지털 심화 쟁점 해소를 위한 공통기준·원칙 등이 담길 예정이다. AI뿐 아니라 데이터, 메타버스, 네트워크, 연구개발(R&D) 분야를 포괄한다. 디지털 심화 쟁점과 관련해서는 AI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저작권과 AI 생성물의 지식재산권, 면접 등 AI를 활용한 평가의 신뢰성, AI 로봇의 의료행위 허용 여부 등이 제시된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시 책임 여부나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 등도 논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최신 국제 논의와 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며 디지털 권리장전에 담을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심화가 자유와 인권, 연대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기회와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뉴욕 구상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며 “법안은 아니지만 하나의 헌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질서 정립은 국민의 인식제고와 시민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한 사안이다. 국민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급성과 파급력, 국민적 관심사를 토대로 각종 쟁점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할 ‘디지털 공론장’을 8월에 구축하기로 했다. 학계, 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쟁점에 관한 의견도 수렴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디지털 심화에 대한 범정부 대응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디지털 심화 대응 실태조사(가칭)’를 연 1회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소관 부처에서 쟁점별 민·관 대응 현황과 글로벌 논의·규범 및 동향, 이해관계자 입장 및 사회적 인식 변화, 개선 필요 사항 도출·제언 등을 논의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장관은 “실태조사는 1회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계속해서 살피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글로벌 디지털 규범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과 유엔(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디지털 규범 논의에 우리의 입장과 정책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특히 유엔 차원의 디지털 국제규범인 글로벌 디지털 협약 제정을 위한 국제포럼을 올해 하반기 중 국내에서 개최하고, 우리나라 주도 아래 ‘OECD 디지털 미래포럼(가칭)’ 신설이 추진 중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로 글로벌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기여한다.

 

이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방안을 마련한 만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디지털의 혜택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디지털 질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글 떠난 ‘딥러닝 아버지’의 경고… “인간 넘어서는 AI, 통제법 찾아야”

 

인공지능(AI) 기술의 혁신을 이끈 ‘딥러닝’의 고안자 제프리 힌턴(75·사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대해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힌턴 박사는 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지식의 양에서 이미 인간을 압도했고, 부족한 추론 능력도 머지않아 개선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점을 걱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AI의 위험성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기 위해 구글을 떠났다고 밝힌 힌턴 박사는 “한편으로는 내 일생을 바친 연구를 후회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힌턴 박사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적었다”며 “나조차도 실현 가능성이 낮고, 30∼50년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2018년쯤 구글 등이 방대한 양의 온라인 텍스트로부터 학습하는 인공 신경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을 때도 “AI가 언어를 다루는 데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으로 컴퓨터가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딥러닝이라 부른다. 힌턴 박사는 1970년대부터 AI를 연구하면서 딥러닝 개념을 고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구글과 오픈AI가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AI를 학습시키기 시작하자 생각이 바뀌었다며 “어떤 면에서는 (AI가) 인간의 뇌보다 더 우수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힌턴 박사는 당장 걱정되는 점은 “인터넷이 (AI가 생성한) 가짜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더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고용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은 인간의 업무 보조 역할에 그치지만 머지않아 노동자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실제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1일 향후 5년 내 비대면 업무를 중심으로 7800명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힌턴 박사는 “5년 전과 지금 (AI 기술의) 차이를 봐라. 무섭다”며 AI 발전 속도가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글이 AI 시장에서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봇으로 검색 엔진을 강화하는 등 구글의 핵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자 구글도 AI 경쟁이 뛰어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힌턴 박사는 “거대 기술 기업들이 멈출 수 없는 경쟁에 갇혀 버렸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은) 기업이나 국가가 비밀리에 이를 개발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최선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기술 통제 방법을 찾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고, 통제 가능 여부를 파악할 때까지는 (AI 기술을) 더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윤솔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