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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기, 대변혁 기회로] "4시간을 일하는 척" 가짜노동 판친다

문지웅 기자
입력 : 
2025-02-09 20:34:28
수정 : 
2025-02-09 23: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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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공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A씨는 실제로 하루에 3시간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짜 노동'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은 많지만 노동생산성이 낮으며, 이에 대한 원인은 성과 중심 문화의 부재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 문화 개선과 성과 중심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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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대개혁
근로시간만 긴 대한민국
생산성은 OECD 최하위권
기업 경쟁력 갈수록 뒤처져
신산업 주도권 경쟁국 내줘
경기도 소재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여성 A씨는 "솔직히 제대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 3시간"이라고 고백했다. 그마저도 형식적인 회의 시간을 포함해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나머지 4시간은 업무와 상관없는 '가짜 노동'이다. 커피 마시고, 잡담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보낸다. A씨는 "가끔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가짜 노동 관행이 직장 문화로 뿌리내리며 대한민국이 가짜 노동 천국으로 전락했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20~50대 직장인 7명의 일과를 분석한 결과 가짜 노동 실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이다. 멕시코 2207시간, 칠레 1953시간, 이스라엘 1880시간 등에 이어 34개국 중 6위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미국 77.9달러, 독일 68.1달러에 비해 한국은 44.4달러에 불과하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조직 내에 성과 중심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시간 이상 일할 때 1시간 이상 허용되는 점심시간도 문제다. 직장인 점심시간 시작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은 오전 11시부터 쏟아져 나온다. 세종시 공무원들도 11시 10~20분부터 움직인다. 업무 복귀 시간은 여전히 오후 1시를 넘어선다.

광화문 소재 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B씨는 "11시에 점심을 먹기 위해 10시 반부터 메뉴를 고른다"며 "특별히 회의가 없으면 오전은 사실상 일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직장 내 익명 게시판은 업무시간 중에도 수시로 업무와 무관한 글들이 올라오는 게 현실이다. 가짜 노동 천국이 된 것은 합법적인 근태 관리를 프라이버시 침해로 보는 시각이 한몫하고 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시간을 체크하는 선진국 기업들과 대조적이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근무시간 중에 허투루 쓰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했다. 독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343시간으로 OECD 34개국 중 가장 짧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반면 국내 한 대기업의 노무 담당 임원은 "고용 유연화, 직무급, 타이트한 근태 관리 등 가짜 노동을 차단할 방법은 많지만 국내에서는 요원한 과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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