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대개혁
근로시간만 긴 대한민국
생산성은 OECD 최하위권
기업 경쟁력 갈수록 뒤처져
신산업 주도권 경쟁국 내줘
근로시간만 긴 대한민국
생산성은 OECD 최하위권
기업 경쟁력 갈수록 뒤처져
신산업 주도권 경쟁국 내줘
가짜 노동 관행이 직장 문화로 뿌리내리며 대한민국이 가짜 노동 천국으로 전락했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20~50대 직장인 7명의 일과를 분석한 결과 가짜 노동 실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이다. 멕시코 2207시간, 칠레 1953시간, 이스라엘 1880시간 등에 이어 34개국 중 6위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미국 77.9달러, 독일 68.1달러에 비해 한국은 44.4달러에 불과하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조직 내에 성과 중심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시간 이상 일할 때 1시간 이상 허용되는 점심시간도 문제다. 직장인 점심시간 시작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은 오전 11시부터 쏟아져 나온다. 세종시 공무원들도 11시 10~20분부터 움직인다. 업무 복귀 시간은 여전히 오후 1시를 넘어선다.
광화문 소재 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B씨는 "11시에 점심을 먹기 위해 10시 반부터 메뉴를 고른다"며 "특별히 회의가 없으면 오전은 사실상 일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직장 내 익명 게시판은 업무시간 중에도 수시로 업무와 무관한 글들이 올라오는 게 현실이다. 가짜 노동 천국이 된 것은 합법적인 근태 관리를 프라이버시 침해로 보는 시각이 한몫하고 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시간을 체크하는 선진국 기업들과 대조적이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근무시간 중에 허투루 쓰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했다. 독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343시간으로 OECD 34개국 중 가장 짧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반면 국내 한 대기업의 노무 담당 임원은 "고용 유연화, 직무급, 타이트한 근태 관리 등 가짜 노동을 차단할 방법은 많지만 국내에서는 요원한 과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문지웅 기자]